해외 강조한 이동걸 산은 회장 취임으로 해외 수익 4배 증가…부실 가능성 사전 차단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취임 이후 해외 실적이 크게 늘어난 산업은행이 최근 해외 사업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해외 자산이 늘어나면서 리스크 관리 필요성이 커졌고, 최근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산은의 자산관리가 전반적으로 보수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6일 금융권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산은의 해외 순이익은 1201억원이다. 전년도의 349억원보다 4배 가량 증가했다.
산은의 해외 자산도 증가하는 모습이다. 산은의 지난해 해외 자산은 17조원 가량으로 전년도의 16조원보다 증가했다. 전체 자산에서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5년 5.1%에서 지난해 6.2%로 올라갔다.
산은의 해외 부문 실적이 상승한 데는 지난 2016년 초 취임한 이 회장이 해외 시장 진출을 강조한 영향이 크다. 이 회장은 취임 초기부터 해외 네트워크 구축 등 글로벌 금융 시장 진출 확대에 힘을 써 왔다.
실제 산은의 홍콩 현지법인 등 주요 현지 법인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산은이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로 보고 있는 해외 PF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산은은 24건의 해외 PF에 22억달러를 공급해 전년도의 해외 PF 공급액인 14억달러보다 60% 가까이 늘어났다.
산은은 해외 분야 실적이 늘어나면서 리스크 관리에도 부쩍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일정 규모 이하 투자를 직접 결정하던 부문 신용위원회의 권한은 심사부로 일괄 이전했고, 각 부문 별로도 자체적인 리스크 관리 방안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영업부서에서는 기존의 해외 자산 관리를 위한 별도의 인력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관계자는 “이 회장이 최근 해외 리스크 관리 강화를 계속 강조하고 있다”면서 “심사부를 거치기 전에 자체적으로 위험도를 평가하고 이미 확보한 자산의 리스크 관리도 강화하는 등 2중, 3중의 관리 방안을 구축하고 있다”고 전했다.
산은이 해외 부문에 대한 리스크 관리에 나선 이유는 산은의 해외 자산이 시중은행에 비해 경기 변동에 따라 부실 가능성이 다소 높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현지화 전략을 쓰는 시중은행과 달리 산은은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활성화를 위한 기업금융 비중이 높다. 이 때문에 글로벌 경기 변동에 따라 해외 자산의 수익성 변동폭이 커질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으로 산은의 수익성이 크게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추가적인 부실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다른 산은 관계자는 “해외 뿐만 아니라 국내 분야에서도 리스크 관리가 강조되고 있다”면서 “예전에 비해 투자 결정이 다소 까다로워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