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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의적,정의를 훔치다/ 박홍규 (법대학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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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날짜 : 2005-06-05 |
[책세상] 의적,정의를 훔치다/ 박홍규
[부산일보 2005-05-30 12:12]
우리나라의 홍길동,영국의 로빈 후드,러시아의 스텐카 라진,인도 의 풀란 데비….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의적'이다.
소설 속 허구 의 인물이든 역사 속에 실존하는 인물이든 이들은 민중들로부터 사랑받는 의적들임에 틀림없다.
비록 다른 시대 다른 지역에서 활 동했지만 이들 사이에는 근본적인 유사성이 있다.
비천한 출신 때 문에 감내해야 했던 부당한 억압과 차별,그리고 그에 당당히 맞선 용기와 투지. 신출귀몰하며 부패한 권력을 조롱한 이들은 법과 권력으로부터 소외된 민중들의 소망과 분노를 대신 표현한 민중의 친구요 복수자였던 셈이다.
'의적,정의를 훔치다'(박홍규 지음/돌베게/1만2천원)는 주류 사회 의 바깥에서 기존 질서의 부조리에 도전한 무법자 영웅들의 드라 마틱한 삶을 흥미진진하게 전해준다.
또 당시의 역사,문화뿐 아니 라 그들을 소재로 한 노래,민담,소설,영화 등을 두루 살피고 있다 .
영남대 법대 학장으로 재직 중인 저자는 의적이 범죄집단과는 다 르다는 점에 주목한다.
둘다 사회의 법체계를 위반하며 무력으로 그것에 반대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하지만 의적은 '공동체의 가치 와 규율'을 소중히 여겼다는 점이다.
의적들은 농민들로 대표되는 지역·혈연 공동체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살았다.
폭압을 휘두르 는 관리는 응징하되 사회적 가치의 중심인 군주에 대해서는 충성 심을 보였고 민중의 보호자를 자처했다는 점이 달랐다.
의적들의 삶의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그들이 살았던 시대의 아픔 과 민중들의 고통,설움이 뒤섞인 역사와 마주치게 된다.
공식적인 역사 기록에 가려진 당대의 사회 모순을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는 셈이다.
17세기 러시아 의적 '스텐카 라진'의 삶은 로마노프 왕조 수립 이 후 농노제 강화로 지주들의 가혹한 착취와 불어나는 빚 때문에 도 망다녀야 했던 러시아 농민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다.
러시아 남부 기마민족인 '카자크' 출신의 라진은 농민,부랑자,군인 등을 규합 해 영주를 습격하고 모스크바 원정에 나서기도 한다.
그를 통해 카자크와 러시아 농민 반란의 역사는 물론 러시아 인민주의 역사 를 엿볼 수 있다.
'네스토 마흐노'의 이야기 속에는 러시아 혁명의 공식 역사에서 감춰진 볼셰비키 정부의 민중에 대한 정치적 자유 제한과 가혹한 노동 규제가 나온다.
보수적 민족주의자들과 볼셰비키 등 적들에 포위된 상태에서 자율적인 공동체를 실험했던 우크라이나 아나키 스트들의 감동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살바토레 줄리아노'의 의적 활동은 수 천년 간 외세의 지배를 받 았고 이탈리아로 통합된 후에도 공업화된 북부 이탈리아의 식민지 취급을 받았던 시칠리아 민중의 아픈 역사가 담겨 있다.
10년 전에 영화 '밴디트 퀸'으로 국내에 소개됐던 인도 도둑의 여 왕 '풀란 데비'. 의적으로서 그녀의 삶은 인도의 가혹한 계급제도 와 하층민 여성에 자행되는 억압적인 성 착취에 대한 통렬한 복수 극이었다.
서부 무법자 '제시 제임스'와 '빌리 더 키드'의 활약은 미 서부 개척기의 은행,철도회사 등 자본주의에 대한 민중의 저 항을 상징했다.
저자는 특정한 도둑을 의적이라고 평가하는 사회적 경향은 엄연히 존재한다고 본다.
의적은 법이나 지배계급에 의해 범죄자로 분류 되지만 민중에 의해서는 영웅,수호자,정의의 투사로 평가된다는 것이다.
이 때 민중의 법은 지배자의 법과 대립할 수 있다.
저자 는 역사적 판단을 역사가보다 당대의 민중에게서 객관적으로 확인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적에 대해서만큼은 민중의 판단이 도덕 이나 법을 초월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상훈기자 neato@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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