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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날짜 : 2008-07-31 |

남은주 [그림으로 떠나는 케냐 기행전]
76학번 회화과
8월6일 ~ 11일 @ 인사동 공화랑(T:02-735-9938)
남은주 C.P : 010-3290-9703
- 질주하는 원색의 물결과 순수한 눈망울을 지닌 사람들 -
남은주의 그림에는 야생의 풀냄새와 사람체취가 풍긴다. 이성의 법칙보다 자연의 법칙이 통용되는 야생의 초원에서 펼쳐지는 스펙터클과 그곳에 사는 주민들을 다루고 있다.
남은주는 2001년 케냐를 다녀온 뒤로는 케냐에 푹 빠져 지내고 있다. 그의 작품에는 케냐에 대한 추억이 깃들어 있다. 사진첩을 넘기듯이 작가는 지금도 그때의 여행을 떠올릴 때면 특별한 감흥에 젖는다.
그의 작품에는 듬직한 킬리만자로산을 뒤로 하고 한 떼의 코끼리와 기린, 그리고 정면을 주시하는 얼룩말이 등장한다. 하늘을 적시는 붉은 노을과 물동이를 지고 가는 여인도 눈에 밟힌다. 작열하는 태양빛이 도화선이 된 듯 원색이 불길처럼 무서운 속도로 번지며 속수무책으로 달려든다. 또 눈에 보이는 것이 형형색색의 만국기처럼 시원스레 펄럭인다. 자연에다 원색을 그냥 풀어놓은 듯하다. 중독성이 강한 원색에 치여 도저히 평상심을 유지할 수 없을 것같다. 그림으로 보아도 이토록 강렬한데 직접 여행한 사람의 기분이 어떨지는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의 회화는 크게 세 유형으로 분류된다. 시장풍경이 제일 먼저고, 그 다음이 인물화이고, 마지막이 몸바사와 킬리만자로를 배경으로 한 해안풍경과 산풍경이다.
시장풍경에는 꽃시장과 과일시장이 자주 등장한다. 우선 분홍색 장미와 흰장미, 노랑 장미를 파는 상인이 눈에 띈다. 사람들로 붐비는 야채와 과일시장에는 애플망고, 파숑이란 작고 검은 색을 띤 과일, 과바, 바나나, 파인애플 등 열대과일이 즐비하다. 색채로 물결치는 그림이며 아프리카 특유의 경쾌한 리듬이 화면에 울려퍼지고 있는 듯하다. 색깔이 서로 호응하면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으며 이와 함께 선도 끊어지지 않고 서로 엇물려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남은주는 밝고 명쾌한 색깔로 야채와 과일을 그려내고 한편으로는 주민들의 움직임도 놓치지 않고 잡아내고 있다. 팔짱을 끼고 손님을 기다리는 주인, 어깨를 주무르는 상인, 물건을 고르는 청년, 야채를 다듬는 여인, 시장 통로를 지나가는 행인 등등. 시장의 북적이는 분위기와 아직 가꿔지지 않은 자연을 무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느껴볼 수 있다. 사람이 운집하는 장터 분위기는 한국이나 케냐나 마찬가지인 것같다. 물건을 흥정하고 호객하는 모습 등 건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다음으로 인물화는 그가 만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였다. 가령 <사파리와 다비다>란 작품은 두 손을 모으고 의자에 앉아 있는 여인을 그린 것이다. 뒤에는 대평원을 걸어가는 라이너와 늘씬한 야자수가 보이고 뜨거운 태양은 열기를 참다못해 하늘을 아예 빨갛게 적셔버렸다. 여인은 그런 풍경을 뒤로 하고 비스듬히 앞을 주시한다. 영혼의 맑은 빛을 투영하는 듯한 그녀의 눈빛이 이채롭다.
그 외에도 작가는 아프리카 원주민을 몇점 더 그렸다. 그들의 옷차림은 울긋불긋하다. 목거리를 비롯하여 귀걸이, 팔찌, 머리도 얼마나 잘 다듬었는지 모른다. 그 뿐만 아니다. 복장을 보면, 장식성이 풍부한 민속의상을 걸치고 있다. 사소한 것에도 주의를 기울이는 심미적인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작가가 이점을 전달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 것같다. 남은주는 그들의 순박한 눈빛속에 감추어진 비밀을 캐내고 싶어했다. 케냐에 머무는 동안 이들의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모습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얼마나 그들이 인상 깊었는지 작가는 “시간이 가는 것이 서운해 눈물이 났다”고 실토할 정도였다. 그의 그림에는 케냐인을 사랑하는 강렬한 마음이 곁들어져 있다. 사실 그것 때문에 케냐를 그린 것이기도 하지만...
이제 해안풍경을 살펴보자. 케냐의 몸바사는 흰 파도가 일직선으로 누워 수평선을 만드는 곳이다. 오후가 되면 무지개가 하늘속에 커다란 포물선을 그리는 장관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곳의 맑고 화창한 모습을 전달해주듯 바다는 푸른빛, 녹색, 연두색,옥색으로 반짝거린다. 하얀 모래사장과 그 주위로 야자수, 목각 파는 상인들, 뛰노는 아이들, 물놀이하는 관광객들,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 등에 태울 손님을 기다리는 낙타 등 몸바사의 하루가 그려지고 있다.
이번 개인전에는 만년설로 유명한 킬리만자로의 설경이 등장한다. 킬리만자로산이 보이는 암보셀리는 마사이족이 거주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온통 붉은색으로 덮인 유화는 깊은 밤 정적을 깨는 코끼리소리와 흑인들의 흥겨운 노랫가락을 들으며 제작한 그림이다. 말쑥하지 않지만 힘이 용솟음치고 강한 욕망이 분출하는 듯한 거친 터치와 색채가 특징으로 잡혀온다. 뿌리가 바깥으로 뛰쳐나온 듯한 바오밥나무, 아기 코끼리의 탄생을 축하하는 코끼리 가족, 대평원과 함께 살아가는 마사이족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전달된다.
남은주는 케냐를 여행한 뒤로 케냐를 사모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는 여행일기속에서 “아프리카의 모든 것이 너무 감격적이다. 하나님의 창조물들은 위대하다”고 적고 있다. 골동품시장에서 본 흑인들의 옛날 집기들, 바구니,악기,의자, 나이로비의 식물원의 각양각색의 나무들,아프리카 대평원의 버팔로와 얼룩말까지 모두가 사랑스럽다. 그러나 그에게 제일 인상깊었던 것은 가난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환경을 탓하지 않고 감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그곳에서 삶의 열정으로 가득찬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의 순박한 마음을 배웠다. 그렇기에 케냐는 작가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자리잡게 되었는지 모른다.
서성록(안동대 미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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