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등나무 초록빛 그늘이 그리운 계절이 되었습니다.
바둑이나 무술의 실력평가에 급수가 있듯이 산행에도 분명 급수가 있다고 합니다.
다음을 보시고 자신의 산행스타일은 어느 쪽에 해당되는지 한번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1. 풍류입산(9급) : 곧 내려올 산을 뭐하러 힘들게 올라가느냐 하며, 계곡물에
발담그고 소주한잔 걸치고 지나가는 젊은 처녀들에게 휘파람이나
불며 분위기 파악 못하면서 노골적인 추파를 던진다.
2. 타의입산(8급) : 회사나 모임에서 결정된 산행만 어쩔수 없이 따라나서며,
나서는 순간부터 마른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를 옥중 춘향이 이도령
기다리듯 한다.
3. 증명입산(7급) : 요란한 장비와 복장을 하고 산에 올라 경치 좋은 곳에서
온갖 폼을 잡으며 사진만 대충찍고,그 사진을 들고 한국의
산은 다 가봤다고 우긴다.
4. 섭생입산(6급) :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며 오로지 먹고 마시기위해 산에
가며 배낭안에는 장비는 없고 술과 안주등 먹을 것만 가득하다.
5. 중도입산(5급) : 산행을 하긴하되 꼭 중간에서 체력이 부친다는이유를 들먹으며
하산하며, 이 정상에 올라야 산행의 의미를 아는 것은 아니라고
스스로 변명아닌 위로를 한다.
6. 화초입산(4급) : 겨우내내 방콕만 하다가 꽃피는 춘삼월이나 또는 여름날 해수
욕장에 드러누워 오가는 비키니아가씨들 감상하다가 만산홍엽이
불타는 가을에만 지가 힐러리인양 장비챙겨 산꾼으로 돌변한다.
7. 음주입산(3급) : 산신과 하산주를 마셔야 산행이 끝나고 자연과 일체를 이룬다고
주장하며, 어떤 때는 정상에서부터 취해 비틀대며 산삼과 더덕을
캐어 블로주를 담아 내연의 여인에게 준다고 야료를 부린다.
8. 속보입산(2급) : 수호지의 대종이 갑마를 찬 듯이 무조건 빠르게 가려고만 하여
하루에 얼마를 걸었는지 또 자기 허벅지가 얼마나 굵고 딴딴한지
자랑삼아 이야기하는 것을 낙으로 삼는다.
9. 무시입산(1급) : 비가오나 눈이오나 제사가 있거나 아이가 수능을 보거나 해산을
앞두고 끙끙대는 마누라 팽개치고 친구따라 금강산 구경나선
풍류한량 정수등처럼 아무 구애받지않고 계획한 산행은죽어도 간다.
10. 야간입산(초단) : 이제 산에 대해서 조금 자신이 붙으나 산에 갈 시간이 없음을
한탄하며 주말은 물론 퇴근 후 밤에도 산을 오르며 특히
이 시기에는 산의 향기와 낯선 여인의 포근함이 일체화를
가져와 주로 젊은 여성들이 많이 낀 무박산행을 무척 즐긴다.
11. 면벽입산(2단) : 무박야간산행의 시기의 평범한 등산로를 걷는 것에는 이제
만족을 하지못해 암벽이 무슨 애인쯤인양 아찔한 능선위를
뛰거나 틈도없는 바위허리에 지가 무슨 스파이더맨인양 붙어
개지랄을 친다.
12. 면빙입산(3단) : 겨울빙폭의 모험을 즐기고자 날씨가 추워지기만을 학수고대
하며 얼음도끼와 쇠발톱을 꺼내놓고 만지작거린다. 애들이
먹는 얼음과자에도 처마 끝에 매달린 고드름에서조차 설악
빙폭의 꿈을 꾼다.
13. 환청입산(4단) : 면벽과 면빙수도를 마치고 좀더 큰 산을 오르고 싶은 욕망에
산에 대한 정보를 닥치는 대로 수집하며 밤이면 텐징 노르가이과
함께 히말라야의 준령들을 눈보라를 뚫고 정복하는 환영과
몰아치는 폭풍설이 울부짖는 소리의 환청에 잠을 깬다.
14. 설산입산(5단) : 힐러리는 34세의 나이에 텐징과 함께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
했는데 자기는 더이상은 미룰수 없다며 입술을 깨물고, 제갈량이
후한중국을 통일코자 출사표를 던지고 오장원으로 출정하듯이
비장한 "생죽필사 사죽필생"의 글귀를 남기고 만년설의 히말라야로
원정대를 따라 필생의 길을 떠난다.
15. 자아입산(6단) : 실존하는 수많은 고봉준령들과 인생에서 넘어야 할 많은 어려운
산들 중에서 진정으로 넘어야 할 산은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사람과 산은 뗄레야 뗄 수 없는 하나라는 것을 알게된다.
16. 선계입산(7단) : "산아래 산없고 산위에 산 없다." "속계와 선계의 경계가 어드메뇨?"
하고 선문답을 즐겨하며 유유자적 산을 오른다. 이 때 내딛는
발자욱마다 고목에 쌓인 더께마냥 세월의 무게가 묻어난다.
17. 회상입산(8단) : 작은 산도 큰 산도 이제 모두 마음속에 있다. 최고의 검술가는
앞에선 아름드리 거목을 검이 아닌 마음으로 베듯이 이때는
마음으로 산을 오르며 내려올 때 하산주 한잔과 더불어 지나온
인생을 회상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18. 불능입산(9단) : 장자의 나비처럼 "내가 산인가? 산이 나인가?"
이미 이승을 떠나 흙으로 돌아가 올라갈수 없는 산에 묻혀
스스로 작은 산이된다.
♤ 자료제공자 : 019-212-5131 K.Y.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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