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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호경 전국 한우협회 회장  
--- 사무국 --- 8896
글쓴날짜 : 2008-06-10

남호경 회장은 지난 3일 서울 서초동 전국한우협회 사무실에서“촛불 시위가 처음에 는 도움이 됐으나 갈수록 피해 볼 농민들은 뒷전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허영한 기자 younghan@chosun.com

남호경 전국한우협회 회장

쇠고기 시위의 정치적 접근, 우리 입장과는 달라

유통구조 제대로 갖춰진다면 한우 경쟁력 충분

다른 산업에서 돈 벌면 '획기적 축산대책' 있어야

한우도 '육골분' 사료 먹였다는 소문은 사실 아니다


남호경 전국한우협회 회장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관한 한 누구보다 할 말이 많을 게 틀림없다. 촛불시위에 참가하면 그에게는 촛불 하나로는 모자랄 것이다.

3일 모자를 쓴 그가 본사 편집국으로 들어왔다. 모자를 벗으며 그는 "지난달 14일 국회 앞에서 농민단체 대표들과 '미국산 쇠고기 협상 무효'를 외치며 함께 깎았다"며 박박 민 머리를 보여줬다.

―그 전에도 삭발한 적이 있나?

"없다. 한우협회 일을 하기 전에는 열심히 소 키워서 표창 받았다. 하지만 이 일을 맡고서 한두 번 입건도 되고 벌금을 낸 적도 있다. 우리는 정치색 없이 순수하게 한우 농가를 대변하려고 한다. 그런데 그게 안 되니 정말 안타깝다. 가령 미국과 쇠고기 협상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아무 것도 몰랐고 이렇게 한 번에 할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협상에서 '마지노선'은 지켰어야 하는데…. 청와대 주변에 너무 참모가 없었다."

―지금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위한 시위가 서울 도심에서 한 달 넘게 계속되고 있다.

"나도 한 번씩 나가보기는 하지만, 주최는 안 한다. 우리 같은 농민 단체에서 벌일 운동도 아니고, 그럴 힘도 없다."

―시위 현장 분위기와 한우를 키우는 농민의 심정은 어느 정도 가까운 거리인가.

"물론 힘이 돼주니 고맙다. 하지만 시일이 흐를수록 주객이 전도돼 쇠고기가 개방됨으로써 피해를 볼 사람들은 뒷전이 되고, 엉뚱한 쪽으로 불이 붙고 있는 것 같다. 최근에는 쇠고기 문제 얘기는 조금 하고 바로 청와대로 달려간다든가…. 이런 것은 당혹스럽다. 그건 정치적인 문제고 우리의 입장에서 비껴간 것이다."

―'광우병 공포(恐怖)'가 확산되면서, 전체 쇠고기 소비가 줄어 '죄 없는' 한우 가격까지 급락하고 있다. 소를 키우는 입장에서 실제 형편이 어떤가?

"전 국민이 아주 세세하게 광우병 위험성을 알다 보니, 전체 고기에 대한 불안감이 생겨 쇠고기를 기피한다. 음식점 손님이 줄어드니 도매가격이나 산지 가격도 상당히 떨어졌다."

―서민들은 한우 쇠고기가 너무 비싸 사먹을 엄두를 못 낸다. 이들이 값싼 수입 쇠고기를 먹을 권리도 있지 않나?

"반대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어차피 쇠고기 생산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외국산이 들어와야 한다. 그래서 호주뉴질랜드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미국에서는 광우병이 나타났으니까 반대하는 것이다."

―한우협회 회장으로서 국민 건강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가?

"아니다. 우리 한우 농가 때문에 반대한다. 지금 쇠고기 유통 과정에서는 원산지를 알 수가 없다. 유통과정만 투명하면 미국과의 검역조건이 조금 불합리해도 문제가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불안하면 그 쇠고기를 안 사먹으면 된다'고 했는데, 이는 실정을 모르는 말씀이다. 지금은 한우가 한우로, 육우가 육우로, 미국산이 미국산으로 팔리는 유통구조가 아니다. 대부분 속이고 둔갑한다. 이런 유통구조에서 만약 '광우병'이라도 발생한다면 한우 농가는 모두 망하게 되는 것이다."

―무슨 근거로 그렇게 말하나?

"미국산 쇠고기는 우리 입맛에도 맞다. 2001년부터 미국산이 수입돼, 한때 시장의 70%가 수입육이고 한우육은 20~25%쯤 됐었다. 그런데 2003년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한 마리 나타나면서 수입이 중단됐다. 당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했는데도 혹시 광우병 소가 들어왔을까 싶어서, 바로 우리 쇠고기도 안 팔리고 값이 폭락했었다.

이제 광우병 위험이 많이 알려진 상황에서,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왔다가 또 광우병 사례가 나타나면 우리 농가는 망한다. 정부가 책임지고 유통체계를 투명하게 정리해준다면, 미국산 쇠고기라고 수입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미국산 쇠고기가 한우로 둔갑만 안 하면 수입해도 된다는 뜻인가?

"그게 우리가 10년 전부터 계속 주장해온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오해하는데…, 농민단체들이 무조건 개방이 싫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 개방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전체 국민의 호주머니 사정을 생각할 때 좁은 땅덩이에서 무역(貿易)을 해야 하니까. 미국산 쇠고기를 들여오는 만큼 득(得)을 보는 것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 축산농민이 어렵더라도, 대신 자동차를 파는 것 등으로 해서 얻는 부분이 나라 전체로서는 이익일 수 있다.

다만 농업을 천직으로 알고 살아온 농민들, 나이 쉰이 다 된 사람들은 국가가 '안전망'을 쳐줘야 하는 것 아닌가. 다른 산업에서 돈을 많이 벌면 우리에 대한 안전장치는 확실히 마련해줘야 한다. 우리 한우 농가당 평균 키우는 마릿수는 11두다. 그런 열악한 농가의 정서를 전부 헤아릴 수 없다고 해도, 정말 획기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 정부에서는 FTA 기금으로 지원을 해주겠다고 하는데, FTA 발동이 2010년쯤에나 될 테니 그 전에 축산농가는 망할 수 있다."

―유통과정만 투명하다면 어느 나라 쇠고기가 들어오든 한우의 경쟁력은 있다고 보나?

"그렇다. 맛이나 안전성을 따져봤을 때, 한우는 미국산 쇠고기와는 변별력이 있다. 질(質)로서는 충분히 경쟁이 되는데, 유통체계가 못 따라준다."

―그런데 한우에도 광우병의 발병 원인이 되는 '육골분(肉骨粉)' 사료를 먹였다는 소문이 한때 돌았다.

"과거에 그런 소문이 떠돌았으나, 실제 없었던 걸로 알고 있다. 어분(魚粉: 물고기 가루)을 먹이는 농가는 있었다. 어분은 먹이지만 육골분을 먹인 적은 없다. 다만 도축장 위생 문제는 조금 있다. 전국에 도축장이 100개쯤 되는데 전근대적이라서 그게 좀 아픈 부분이다. 그럼에도 쇠고기 수입 협상을 잘못해 시끄럽자, 정부가 궁여지책으로 '우리 소도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다'는 식으로 끌고 간 것 같다."

―현실적으로 유통문제를 개선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이 뭔가?

"생산이력제, 개체별 식별,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 같은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를 들여온다고 해도 음식점에 가보면 원산지 표시할 준비가 안 됐고, 인력이나 예산도 없다. 알아서들 속이지 않으면 좋을 텐데…. 시스템을 차근차근 만들어 나가면 좋겠지만, 그렇게 될 때까지 우리 농가들이 버텨낼 수 있겠는가."

남호경 회장은

1949년생으로 영남대 축산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 경남 양산시의 삼원축산에 근무하며 축산사업부장을 지냈다. 1985년 고향인 경북 경주시에서 송아지 16마리로 '목민농장'을 연 뒤 현재는 한우 200마리를 키우고 있다. 1999년 경북도지회장으로 전국한우협회 일을 시작했고 2003년 제2대 회장에 선출됐다. 2006년 재선돼 전국한우협회 제3대 회장을 맡고 있다.



남호경 전국 한우협회 회장 / 허영한 기자

[인터뷰=최보식 사회부장]

[정리=김진명 기자 geumbor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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