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안 대구·경북 허경진 작곡가 ·음악저널니스트]1980년대 초 독일로 유학을 간다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21살의 나이로 독일 유학을 떠나 21년 동안 활발한 활동을 펼쳤던 작곡가 이규봉. 현재 그는 귀국해 영남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면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지난 6일 대구동성아트홀에서 열린 씨날 창작포럼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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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규봉 작곡가는 작곡을 한다는 것은 항상 깨어 있을 것을 요구하는 작업이었다고 말한다. ⓒ 데일리안 |
-30년이라는 세월동안 작곡만 했다. 물론 음악이 좋아서 하겠지만 특별한 이유가 있나?
“사실 국문학이나 영문학을 전공하고 싶은 문학 지망생이었다. 그러던 중 고등학교 1학년 2학기 때 우리 학교에 음악선생님이 새로 부임해 왔다. 당시 작곡을 전공했던 젊은 선생님은 우리 반에서 유일하게 피아노를 칠 줄 알았고 시창과 청음이 뛰어난 내가 유난히도 눈에 띈 모양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음악을 전공한다는 건 생각해 보지도 않았는데 조금씩 마음이 변하기 시작했다. 마음을 음악으로 표현해 보기도 했다. 가곡도 써보고 간단한 피아노곡도 작곡해 보았다. 그런 활동이 고3이 돼 본격화됐으며, 그때부터 올해에 이른 것이 30년이나 됐다.”
-순수 예술 창작음악 작곡가로 산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텐데 작곡을 한다는 것은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작곡을 한다는 행위는 내게 항상 깨어있을 것을 요구한다. 이것은 어떤 음악적 스타일이나 시대적 공감대에 대한 열린 귀와 사고방식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생각한 대로 살아야하고 그렇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는 게 인간의 본능이라고 생각한다. 실험적이고 새로운 창작음악을 작곡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작곡가가 이것은 내 음악이라는 확신을 갖고 작곡활동을 한다면 내 음악을 들어줄 사람들은 분명 있을 것이다. 자기 자신을 먼저 믿고 확신이 서도록 노력해야 한다.”
-많은 작품 중에서도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이 있을 것 같다.
“작곡이 내 인생에 어떠한 의미를 주는가를 조금씩 깨닫기 시작한 건 1999년 부터다. 내가 원하는 소리가 들리고 그것을 표현할 수 있게 됐고, 무엇이 내 음악인지 조금씩 알아 갔다.그 시기에 작곡한 것이 ‘실내악을 위한 제례(Zeremonie fur Ensemble)’다. 이 곡을 통해 나는 음악어법을 발견했고 뭔가 나만의 음악세계가 보인다는 느낌도 받았다. 그 이전에는 작곡을 한다는 것이 좋았지만 나의 사상과 내 작품이 일치한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었다. 그리고 이곡은 독일 하노버 비엔날레 국제 작곡 콩쿨에서 입상하기도 했는데 이 콩쿨에서 공모한 것은 동양의 악기를 사용해 동양적인 느낌을 내는 곡이었으나 이 곡은 유일하게 동양악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입상이 됐다.”
-오랜 시간을 독일에서 활동했는데 작품목록을 보면 한국적인 소재가 많이 눈에 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20대 초에 독일로 갔다. 솔직히 당시는 어렸고 한국에 대한 의문을 갖거나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독일에 있으면서, 한국과 나의뿌리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한국에 다니러 올 때면 우리나라 민속에 관한 책이나 불교에 관한 책 등을 사서 보았는데 독일에서 항상 내가 고민하고 생각했던 것들이 그 책속에 있었다. 그런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작품으로 옮겨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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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에게 작곡을 가르치는 작곡가 이규봉 ⓒ 데일리안 |
-30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동안 힘든 적도 많았을 텐데...
“돌이켜 보면 작곡을 시작한 후 20년간이 계속 고비였다. 나의 음악어법을 찾기 위한 방황과 갈등 속에서 항상 고민하고 또 고민했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한국에 돌아온 지 5년째 접어든다. 귀국하고 얼마간 작품을 쓰고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일에만 집중했다. 시간이 조금씩 흐르면서 내가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금은 향신회라는 작곡동인에서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며 콩쿨도 준비하고 있다. 외국 작곡가와의 교류도 시도하고 있다. 앞으로도 외국과 교류를 통해 우수한 작품과 작곡가를 우리나라에 소개하고 또 우리나라의 좋은 작품도 외국에 소개 하는 등의 활동을 할 것이다.
또 부산현대음악앙상블이란 현대음악 전문연주단체를 지난 5월 창단해 음악감독으로 활동하고 개인적으로는 가을에 발표할 오케스트라곡을 준비하고 있다. 모든 작곡가가 그렇듯 좋은 작품을 많이 쓰는 것이 가장 큰 계획이다.”
작곡가 이규봉은? | 1961년 부산에서 태어나 영남대 작곡과를 졸업(사사:김성태)한 뒤 1983년 독일로 건너 가 Stuttgart국립음대 작곡과 최고과정을 졸업했다. 이후 Tübingen 대학교에서 음악학을 수학했다.
1986년 Darmstadt작곡콩쿨 입선, 1990년 Pforzheim작곡콩쿨 입선, 제2회(93년), 제4회(95년) 부산현대음악제 관현악 부문 각각 입선, 1997년 제4회 독일 Bayer국제작곡콩쿨 1위 입선(관현악과 바이올린 솔로를 위한 노래), 1999년제2회 독일 Hannover Biennale국제작곡콩쿨 입선(실례악을 위한 제례), 2000년 제21회 일본동경Irino국제작곡콩쿨 1위입선(관현악을 위한 공리 II), 2002년 독일 Stadt Fellbach 작곡콩쿨 입선(합창곡 “Hymnus an die Freunde")했고, 같은 해 일본 동경Suntory음악재단에서 주는 Saji-Keizo 음악상을 수상했다(관현악을 위한 찬가).
일본작곡가협회, 일본국제음악협회 초청으로 2000년 동경에서작곡세미나를 가졌고 2001년 동경대학교에서도 작곡세미나를 가졌다.
2004년 귀국하여 이화여대 출강하였고 현재 영남대 겸임교수, 한세대, 인제대 출강하며 영음회 회장, 향신회 사무국장, 부산현대음악앙상블 음악감독, 한국ISCM회원, 영남작곡가협회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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