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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아렌트와 토크빌을 읽었다 하는가' 박홍규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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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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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
62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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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날짜 : 2008-08-06 |
기사입력 2008-08-02 10:42
아렌트와 토크빌이 생각한 민주주의는?
인문학은 비판의 학문이다. 비판이 비판을 부르고, 그 비판이 또다른 비판을 부르는 과정에서 인문학은 깊이와 폭을 확장시킬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본다면 한국 인문학의 위기는 어쩌면 '비판없는' 문화가 빚어낸 당연한 결과일 지 모른다.
피아 구분없는, 날선 비판으로 국내 인문학계를 끊임없이 긴장시켜온 영남대 박홍규 교수가 이번에는 한나 아렌트와 알렉시스 드 토크빌을 끌어당겨 한국 민주주의 논의에 불을 지폈다. 그 불쏘시개가 '누가 아렌트와 토크빌을 읽었다 하는가'(박홍규/글항아리/1만9천800원)다.
책은 제목에서부터 시퍼런 칼날을 들이댔다. 의도된 제목인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아닙니다. 출판사에서 그런 제목을 달았더군요." 그가 당초 제안한 것은 '자유와 자치의 민주주의'였다. 그는 출판사의 이같은 행태에 대해 "언짢다"고 표현했다. 도발적인 제목으로 불필요한 감정과 논쟁을 야기할 필요까지는 없었다고 그는 정색했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출판사에만 책임을 지우기는 힘들 듯했다. 그의 날선 비판은 실명의 인물들을 겨냥했다. '축복과 저주의 정치사상'(2001)을 쓴 김비환 성균관대 교수에 대해 그는 "아렌트 사상을 전반적으로 소개했지만 내가 이해하는 아렌트의 자유와 자치의 민주주의에 대한 분석과는 거리가 있다"고 폄하했다. 또 '한나 아렌트 정치판단 이론'(2002)의 저자 김선욱(저술 당시 서울대 미국학연구소 책임연구원·현 숭실대 교수)에 대해서도 "번역에 문제가 많아 일반인이 아렌트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깎아 내렸다.
그런데 이 정도는 약과다. '미국의 민주주의'(1997)를 번역한 임효선 성균관대 교수와 '전체주의의 기원'(2006)을 쓴 이진우 전 계명대 총장, 알렉시스 드 토크빌을 국내에 첫 소개한 노재봉 전 국무총리는 아예 무방비 상태로 그의 도마 위에 올려졌다.
임 교수의 아렌트 해설에 대해 그는 "한국 독자가 아니라 프랑스 독자를 대상으로 프랑스인의 견해를 그대로 번역한 듯한 느낌"이라고 질타했고, 이 전 총장의 해설에 대해서는 "다른 전체주의 이론과 아렌트의 차이는 홀로코스트에 있다고 했지만 사실 홀로코스트를 다루지 않은 전체주의론이 어디 있느냐"고 반박했다. 말 그대로 이들 학자들이 아렌트와 토크빌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것. 노 전 총리에 대한 평가는 거의 험구에 가깝다. "노재봉의 책을 쓰레기 통에 집어던졌다.(58쪽 '나의 토크빌 경험' 중에서)"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비판은 비판일 뿐입니다. 비판에 대한 또다른 비판을 얼마든지 받아들일 용의가 있습니다. 학문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는 하지만 비판이 비판으로만 주목받는데 대해 경계했다.
"책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자유와 자치의 민주주의'에 대한 논의입니다. 그 논의를 아렌트와 토크빌의 사상을 통해 확장해보자는 것이 제 책의 의도입니다." 그는 서문에서도 "민주주의를 제대로 하기 위해 토크빌과 아렌트를 읽는다"고 못박았다.
그렇다면 이들 두 사상가를 통해 그가 보고 싶어 한 '자유와 자치의 민주주의'의 실체는 뭘까. "직접 민주주의에 대한 가능성입니다. 민주주의의 참모습이 직접 민주주의라는 것이 두 사상가의 일치된 견해였고, 그것이 현실 사회에서 가능하다는 것이지요."
그렇지 않아도 '대의 민주주의'에 대해 이래저래 말이 많다. 대의 민주주의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주장부터, 이를 보완하자는 의견, 심지어 이제 '직접 민주주의'를 실천해야 한다는 극단론까지 무성한 시대다. 하지만 그는 성급한 대안 모색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촛불집회에 대한 성격 규정도 아직 이른 상탭니다. 직접 민주주의만이 대안이라는 주장도 그런 맥락에서 머뭇거려지고요. 다만, 민주주의가 자유와 자치를 원리로 한다는 점에서 자치를 확대하는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이명박 정권의 '효율성' 의제에 대해서도 그는 같은 차원에서 접근했다. "기업 경영의 효율성을 국가 경영에 도입하고자 하는 시도는 이미 군대경영의 효율성을 국가경영에 도입했던 과거 군사정권의 전철을 밟는 것입니다. 그것은 곧 선진화가 아니라 후진화를 의미하죠."
그는 법학을 전공했다. 지금도 영남대에서 법학을 가르친다. 그럼에도 그는 인문학에서 대표적인 다산작가로 손꼽힌다. 국내 출판된 저서와 번역서만도 60여권에 달했다. 아나키즘과 생태학에도 관심이 많아 한국아나키즘학회를 이끌고 있고, 지금까지 자동차나 휴대폰 없이 자전거로만 생활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구 외곽으로 집을 옮겨 아내와 함께 텃밭 가꾸는 재미에 빠져 있다. 백현충 기자 choong@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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