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은 오늘 흑인을 새 대통령으로 선출 했다. 긴 밤은 지나가고, 밝은 아침 햇살이 떠오르는 희망에 벅차 있다. 이번 선거의 쟁점은 경제 살리기에 있었다. 62%의 유권자가 경제가 제일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미국에 반세기를 살면서 이 번처럼 젊은 세대들이 나서서,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못 살겠다 갈아 보자"를 외치며 선거운동을 한 적을 보지 못했다.
무려 72%의 젊은 층이 오바마를 찍었다 한다.
어제 하루에 11 통에 전화가 걸려왔다. 오바마를 찍어 달라는 전화였다.
참으로 기대에 부풀은 치열한 선거운동이 이었다.
이번 대선에서는 이른바 ‘브래들리 효과’의 영향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1982년 로스앤젤리스의 흑인 시장, 브래들리(Bradley)가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 출마했을 때, 여론조사에서는 8%포인트나 앞서 있었지만 실제 개표함을 열어 집계를 했을 때는 상대방 후보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이때부터 백인들이 겉으로는 흑인을 찍는 다고 하고 실제 투표에서는 찍지 않은 현상을 ‘브래들리 효과’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엔 브래들리 효과의 영향이 산산이 무산되고 오히려 ‘오바마효과’라는 새 이론이 대두 될 것 같다.
왜 이 번 대통령 선거가 그렇게도 중요 했던가? 왜 이번에 선출된 대통령이 아침 햇살 같은 희망을 미국인들에게 안겨주고 있는가?
미국은 지난 7년간, 길고 긴 어둠 속에서 살아왔다.
엊그제 발표된 여론 조사에서, 78%의 미국인들이 지금 미국은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어둠 속에서 헤매게 한 미국의 난제들은 무엇이었던가?
명분 없는 이라크 전쟁을 일으켜 많은 미국 젊은이들이 피를 흘리게 했다.
1조 달러 이상을 퍼부었으나 아직도 이라크전쟁은 끝나지 않고, 미국경제에 지속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그뿐이랴, 지난 7 년간 미국은 부익부, 빈익빈을 초래 하는 조세정책을 취해 왔다.
부자에게는 감세를 해주고, 불로소득의 재산세를 감하며, 중산층의 세금 부담은 늘어났다. 중산층이 하던 일자리는 없어지고, 기업은 이익을 위해 값싼 외국으로 외주를 주었다.
고임금의 기술직, 심지어는 학교 학생들의 숙제 채점까지도 외주를 주는 지경에 도달했다. 고임금 일자리는 없어지고, 저임금서비스업종만 남아있는 환경에서 중산층은 고통을 받아왔다.
세 번째로, 모든 것은 시장 메커니즘에 맡기라는 이념에 젖어, 금융규제를 없애고, 자유방임으로 방치한 결과 마침내 금융 산업에 파국의 위기를 몰고 왔다.
누구도 규제 하지 않는 금융파생상품이 65조 달러 상당이나 유통 되었다.
이른바 ‘묻지마’ 주택 융자도 2조 달러로 늘어났다.
일정한 부자고객의 자금을 투자 해주는 헤지펀드는 10,000 군데 이상 늘어나고 그들이 취급하는 금융거래 규모는 파악조차 못 하고 있다.
사적인 거래정보 요구는 개인 자유의 침해라는 구실로 헤지펀드의 거래내용과 규모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미국 주택시장이 침체되자, 신용대출은 부도를 냈고 빚 거래로 먹고 살던 금융가는 거품이 터지며 금융 신용경색을 일으켜 금융계를 마비 시켰다.
네 번째로,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왕따 당하는 나라로 추락했다.
‘악의 축’을 부르짖으며, 몇몇 나라를 사탄이라고 외치면서, 그런 나라를 지구상에서 없애야 한다는 외교를 펼쳐왔다.
백악관의 견해와 다르고, 미국대통령의 외교지침에 찬성하지 않는 나라는 ‘적’이라고 선언 했다. 미국 역사상에서 들어 보지도 못 했던, 선제공격이 대통령의 외교정책으로 대두 되었다. 미국의 위상은 추락했다.
미국의 핵심적 파워는 군대도 아니고 돈도 아니다.
미국의 관용이 미국의 핵심 국력이다.
남이 힘들 때 돕고 남이 잘 살 수 있게 지원하며, 다수의 인류가 더 잘 살 수 있을 때 미국도 잘 살 수 있다는 관용의 원칙이 미국의 국력이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고 미국 사회에 이바지 하며,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수 있게끔 관용을 베푸는 것이 미국의 국력이다.
관용은 세계적인 두뇌와 석학들을 미국에 오게 했다. 미국에서 활약 하고 있는 과학자, 첨단기술자, 학자들의 대부분이 외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이다.
미국의 관용 때문에, 이들은 미국에서 공부하고, 미국에 남아 미국사회에 봉사하고 있는 것이다. 관용이 국력의 핵심을 끌어 모으는 원동력이다.
공화당 정권은 이 관용을 파괴 시켰다.
두 번째로, 미국을 지탱하고 있는 계층은 중산층이다.
2006년 소득통계를 기준으로, 가구당 소득이 10만 달러 이상 되는 사람들을 상위권 중산층이라고 한다. 이 상위권이 미국 인구의 19.26%를 차지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무려 12.37%가 미 연방정부가 정의한 가난한(poverty) 사람들에게 속한다. 연방정부가 정의 한 가난의 기준은 가구당 평균소득이 23,000 달러 이하인 사람들이다. 이들은 영세자 원조를 받는다.
나머지 70%는 중산층이다. 중산층의 내용을 분석 해보자.
미국 고용인구중, 연간 27,000 달러 이상을 벌지 못한 사람들이 25%나 된다. 이들의 소득으로는 기본 생활이 되지 않는다. 지난 7년간, 공화당 정권의 경제정책은 저소득 계층의 생활고를 가중시켰다.
또한 중산층의 생활도 힘들어지고 있다. 임금은 오르지 않고, 물가는 올라, 재정적인 불안 속에서 사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당신은 얼마나 재정적으로 안전합니까?"라는 질문에 무려 52%가 "불안하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문제는 미래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미국의 꿈을 이루기 위해 당신들은 얼마나 그 꿈에 근접하고 있는가
?" 라는 질문에, 49% 가 "꿈과 멀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당신의 일생 중에 미국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라는 질문에는 긍정적인 자세여서 56%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다시 말해, 미국의 잠재력은 믿으나, 지난 7년간 집권 하고 있는 정권은 믿을 수 없다는 뜻이다.
2008년 11월 4일 미국인들은 정권을 갈아치워 버렸다.
하원, 상 원, 입법부도 송두리째 갈아 버렸다. 대통령도 갈아 버렸다.
새 대통령은, 어떤 정책 대결로 공화당 대통령 후보와 싸워 2년 이라는 길고 긴 선거전에서 이긴 것일까? 민주당공천 후보경선 에서 치열했던 선거전, 공화당 후보와 치열 하게 싸워온 정책대결은 무엇이었던가?
외쳐댄 구호는, "못 살겠다, 갈아 보자(Change)” 이었다.
첫째, 중산층을 살리기 위한 세제 개편이다.
25 만 달러 이상 버는 가정에게는 세금을 올리고, 20만 달러 이하의 연 소득 에는 세금을 내린다는 것이다.
대체 에너지 개발, 도로, 교량 등 기간산업 재 건설, 기술혁신에의 투자 등으로 고임금의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둘째, 이라크전쟁을 조기에 종식 시킨다는 것이다.
최소한 16개월 이내에, 이라크에서 미군을 철수 시킨다는 공약이다.
셋째, 모든 국민이 의료보험을 들 수 있게 한다는 공약이다.
누구든지 미국 국회의원이나, 상원의원이 갖고 있는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실업자가 늘어나고, 소득이 줄어든 지난 7년 사이에 미국에서 의료 보험이 없는 사람들이 무려 16%나 된다고 한다.
네 번째 공약은, 대화, 협상, 공감대 형성의 외교를 추구하며, 국제 사회에서 존경 받는 미국으로 끌어 올린다는 것이다.
오바마가 내건 정책은 ‘미국의 꿈을 되찾는다’는 것이다.
중산층을 살리고, 미국이 자랑 하는 관용의 정서를 되살리겠다는 것이다.
개개인이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 평등,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는 미국 사회로 이끌어 가겠다는 정책으로 선거전에서 이긴 것이다.
나는 반세기란 오랜 세월을 미국에서 살면서 멋진 지도자를 몇몇 보아 왔다. 그들의 공통점은 무엇이었던가?
무엇을 해야 많은 사람들을 위해 혜택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는, ‘Common Good’의 철학을 가진 지도자요, 또한 의사소통(communication) 능력으로
난제 극복을 희망으로 전환시키며 국민들을 신나게 하는 능력의 소유자다.
존 에프 케네디의 1961년 1월 취임식 연설, "국가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가 요구하지 말고, 당신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구하라" 라는 연설은 지금도 내 가슴에 파고든다.
세 번째 공통점은 사람을 잘 쓸 줄 아는 지도자다.
편견 없이 남의 말을 들을 줄 알고, 올바른 판단에서 인재를 끌어 모으는 지도자였다. 자질이 좋은 지도자 이었다.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은 인종, 성차별 근절에 앞장섰고, 레이건 대통령도 소련과의 냉전 하에 경제침체로 방황할 때, 미국인의 자부심을 부각 시키는 지도자 역할을 했다.
클린턴도 무명인이 혜성처럼 나타나, 미국의 재정적자를 흑자로 돌려 놓았다. 그는 경제와 중산층을 살렸다.
나는 오바마를 보았을 때, “이런 공통점이 있는 지도자가 나타났구나” 하고 기뻐했다.
나는 2004년 보스턴에서 열렸던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오바마의 연설을 듣고 매혹 되었다. 마치 존 에프 케네디가 다시 살아난 것처럼 꿈과 희망을 부풀게 하는 연설이었다.
그 후에 그의 저서, ‘Audacity of Hope’를 읽고서는, “이런 사람이 미국을 이끌어가야 할 텐데.. ”하는 기대를 갖게 되었다.
이 책은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 서로 토의하며, 협상하고, 무엇을 해야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이 될까 하는 공통점(Consensus)을 찾는 사례를 서술했다
오바마가 자라온 환경, 그의 봉사생활의 흔적을 더듬으며, 내가 존경 하던 미국지도자들과 너무도 닮은 공통점을 가진 인물이라고 기뻐했다.
오바마 당선이 가져온 아침 햇살은 잠자고 있던 미국인의 잠재력을 고취 시키고, "네가 미국의 꿈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하는 국민 재궐기를 일으키고 있다. 더욱이 소수 민족에게는 새로운 인종 차별 제거의 장을 열며, 희망과 포부의 불길을 당길 것이라고 확신 한다.
2008년 11월5일 새벽,
비엔나에서
<필자소개> 조선형 박사: 연우포럼 국제자문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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