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生의 징검다리를 건너는 ~ 우리 모두는 나그네...
강이나 하천마다 수많은 다리가 놓여있습니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걸어서 또는 차를 타고
그 다리를 건너 갑니다. 다리 건너에는 삶을 지탱하게 해주는직장이 있고 만날만한 정다운
사람이 있습니다. 차를 타고 가거나 걸어서 가거나 다리를 건너는 목적은 한 가지입니다.
다리 안쪽과 바깥쪽은 전혀 상반된 환경에 처해있는 우리들의 인생이기도 합니다.
휴전선안에 폐허처럼 서있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는 남과 북의 극과 극의 환경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 다리를 건너는 사람은 다시는 건널때의 장소로 오지 못합니다. 다리는 걸어서
갈 수 없는 강과 하천에 세워져있습니다. 다리는 그래서 많은 사연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을 통해서 알려진 다리도 있고 그 전의 전쟁 때 남녀간의 애틋하고 슬픈 이별을
그린 영화속의 다리도 있습니다. 버마와 태국의 중간점에 세워졌던 콰이강의 다리는 보급물자를
수송하기 위해 일본인들이 만들었고 그래서 전쟁의 종식과 함께 없어지기도 했습니다.영국의 런던에
있는 워털루 브릿지는 오래전의 영화 애수(哀愁)를 통해서 우리들에게 각인이 돼 있습니다.
파리의 퐁피누 다리와 밀라보 다리,그리고 이름들이 알려지지 않은 센강의 수많은 다리는 오늘도
젊은 연인들이 사랑의 속삭임을 들려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현대공법에 의해서 건설된 다리 말고도 순전히 좋은 마음으로 만들어진 소규모의 다리가
있습니다. 징검다리가 그것입니다. 흐르는 냇물을 그냥 건너기에는 조금 위험해서 돌무더기로
발자국 짚을 만한 거리에 듬성듬성 만들어놓은 다리가 그것입니다. 예로부터 가장 좋은 보시는 물질로
남을 도와주는 것이고 다리를 만들어서 보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는 것이라고 햇습니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과부가 된 어머니가 냇물 건너에 사는 홀아비가 보고 싶어서
매일 밤 그 다리를 건너다 보니 항상 옷이 마를때가 없더랍니다.
효자인 그 아들은 어머니가 편하게 홀아비를 만나게 하기 위해서 밤새껏 징검다리를 놓아 주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눈에 보이는 다리 말고도 인생의 징검다리란 것이 있습니다.
누구나 한개쯤 징검다리를 갖고 있습니다. 그것은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아주 조그만 다리입니다.
마음의 문을 열고 거기에 남의 공간에 다리를 놓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남을 찾아가 "우리"를 만드는
것이지요. 애인이었던 사람들이 아내와 남편이 되기도 하는 것은 마음의 징검다리를 잘 놓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쩌다가 감정이 상해 상대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온갖 험담을 늘어놓고 다시는 상종하지 않는 다면서
뒤를 돌아보지 아는 사람들도 자신이 갖고 있는 마지막 징검다리 만큼은 회수하지 말아야 합니다.
언젠가 다시 만날 때 이 징검다리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사람들이 사는 세상에 이 징검다리
마저 없었다면 얼마나 삭막했을까요? 과부 어머니를 위해서 밤새도록 징검다리를 만든 효자 아들처럼
이 징검다리는 많을 수록 좋습니다.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고 꽁한 생각으로 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다리 한개쯤 빌려줄 아량으로 산다면 우리들의 인생도 그리 황폐하지는 않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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