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의 국민장을 보면서
금요일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을 보면서 몇 가지 단어가 마음에 남았습니다. 그 중의 하나는 ‘선택’이란 단어입니다. 이번 일로 ‘죽게 했느냐, 죽었느냐”라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한 답에 따라 이번 일을 보는 입장이 많이 달라집니다. 그를 죽음으로 몰아가게 한 외적 요인들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 점을 생각하면 무엇인가가 그를 죽게 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이 앞에서 끝까지 살아 진실을 밝히는 것을 택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죽음을 선택했습니다. 아무리 외적 요인들이 많았다고 해도 결국 삶은 자신의 선택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는 자신의 선택에 승부를 걸었던 사람이었습니다. 현실적 문제를 만날 때마다 원칙과 명분을 택하려고 했던 ‘바보스러운’ 사람이었고, 이 점이 국민들이 그를 대통령으로 선택하게 만들었습니다.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더 많은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그 중에는 좋은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정책적으로 부족한 것이 있었다고 해도 꿈과 가치와 인간다움을 선택하려고 했던 점이 있었기에, 국민들은 그를 ‘마음에 남는’ 대통령으로 생각하고 또 깊은 애도의 마음을 갖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그가 죽음을 선택한 것은 살아서 보여줬던 선택들과는 달라서 안타깝고 아쉽습니다. 세상에 자기로 인하여 생긴 크고 무거운 짐을 남에게 안기고도 뻔뻔하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그는 자신으로 인해 남이 짐을 지는 것을 매우 힘들어 하면서 양심을 택하려고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의 선택은 그가 생전에 보여줬던 선택과 달리 현실을 벗어나려는 선택이었습니다. 국민들이 그의 좋은 선택들은 기억하되, 어려운 현실 앞에서 죽음을 택한 선택은 따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이 언제나 최선의 선택만 하며 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힘들어도 삶과 희망을 선택해야 맞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 세상을 버릴 정도로 희망이 없었다면 과연 우리들에겐 어떤 희망이 있겠는가’라고 정호승 시인이 말했습니다. 공감이 갑니다. 매일의 선택들이 모여서 삶을 만듭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끝까지 희망을 선택하면서 살면 좋겠습니다.
또 하나는 평가란 단어입니다. 그의 업적에 대한 평가는 다양했고 또 바뀌어 왔습니다. 그를 탄핵소추 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가 추구했던 미완의 일들을 아쉬워하기도 합니다. 인간적 면에 대한 평가도 바뀌어 왔습니다. 지금은 그의 소탈하고 서민적이고 탈권위주의적이었던 모습이 새롭게 재평가되고 있지만, 이전 그의 그런 모습을 너무 가볍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그의 좋았던 점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지만, 그의 부족했던 점은 애도의 감정이 작용해서 미화되는 점도 없지 않습니다.
사람은 자신의 선택에 대해서 평가를 받습니다. 한 사람에 대한 역사의 평가는 계속 바뀝니다.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모르고 어떤 점이 새롭게 재평가될지 모릅니다. 그러나 역사와 인간의 평가는 완전하지 않습니다. 완전한 평가는 역사의 끝에 하나님 앞에서 이루어질 것입니다. 우리는 사람의 평가와 역사의 평가만이 아니라 하나님의 평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우리도 언젠가 떠나게 됩니다. 오늘의 선택들이 내 삶을 만들고, 그 선택이 만든 삶이 결국 평가를 받습니다. 세상이나 사람들의 평가보다 하나님의 평가를 생각하면서 오늘도 하루하루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 목회 칼럼에 게재되어 있는 내용을 발췌한 것이오니 양지 바랍니다,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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