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마당에 서면 앞집 뒤뜰이 보인다. 그 뒤뜰에는 목련나무 한 그루가 담벼락 쪽으로 가지를 드리우고 있다. 얼마 전에는 환하게 꽃을 피워 아침마다 꽃을 보는 호사를 누렸다. 나뿐만이 아니라 그 집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도 앞집 목련을 보고 봄을 느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산림 복구에 성공한 유일한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정부의 대대적인 조림사업과 1970년대 산림녹화 10개년 계획 추진 덕분이었다. 그 결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핀란드와 스웨덴, 일본에 이어 네 번째로 숲이 많은 나라가 됐다.
그러나 조림정책과 개발논리로 탄생한 이 숲이 과연 제대로 된 모습이라 할 수 있을까. 산사태를 막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목재를 제공해준다는 숲의 효용가치를 우리는 얼마나 누렸는지 되묻고 싶다. 숲은 있지만 매년 장마철만 되면 산사태 소식이 들린다. 가까이서 마음 놓고 산책할 수 있는 숲길은 얼마나 될까. 목재 또한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경제성 높은 수종(樹種)도 개발해야 한다. 과거에는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었다. 빨리 자라는 오동나무를 아이와 함께 잘 키워서 시집갈 때 혼수로 장롱을 만들어주기 위함이었다. 오동나무는 가구뿐만 아니라 거문고 같은 악기 재료로도 최상급으로 쳤다고 한다. 이렇듯 빨리 자라고 활용 가치가 높은 수종을 심는 것도 필요하다.
세상에는 두 가지 일이 있다. 하나는 돈이 되더라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이요, 또 하나는 돈이 안 되더라도 꼭 해야 할 일이다. 나는 나무심기가 바로 바라는 것 없이 꼭 해야 할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미래를 위해 미리 씨앗을 심는 지혜가 필요한 때가 바로 지금이다. 뒤뜰에 목련나무를 심은 사람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