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88/체교) 신의 한 수… ‘수비수도 골 넣어라’ 신태용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의 ‘골짜기 세대’ 육성 비법
이---름 :
사무국
조---회 :
6957
글쓴날짜 : 2015-07-09
신의 한 수… ‘수비수도 골 넣어라’ 신태용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의 ‘골짜기 세대’ 육성 비법
ㆍA매치 경험 전무했던 선수들 창의성 키운 ‘공격축구’ 재미 ㆍ올림픽 1차예선 결과 5승2무… “리우에서 사고 칠 일만 남았다”
“처음엔 암담했는데, 이젠 사고 칠 일만 남았죠.”
신태용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45)은 반년 사이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고 했다.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61)을 도와 코치로서 호주 아시안컵에서 준우승한 게 천당이라면 지난 2월 급성 백혈병으로 쓰러진 이광종 감독을 대신해 올림픽팀 사령탑을 맡은 게 지옥이다.
신태용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이 6일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자신의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성남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아시안컵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제안을 받았죠. 그야말로 하늘에 붕 뜬 상황에서 제안을 받았는데, 운명이라는 생각에 수락했지만 속으로는 불안하기 짝이 없었죠.”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는 1993년생부터 경기를 뛸 수 있다. 그런데 대상자 가운데 A매치를 뛰어본 선수가 단 한 명도 없다. 사상 첫 메달의 꿈을 이룬 3년 전 런던 올림픽 대표팀이 숱한 해외파와 국가대표로 진용을 꾸린 것과 대비된다. 리우 올림픽 대표들을 ‘골짜기 세대’라고 표현하는 배경이다. 신 감독은 “축구는 개인이 아니라 팀이 하는 것”이라며 팀을 꾸려나갔다.
신 감독은 자신의 말을 결과로 보였다.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올림픽 1차 예선에서 브루나이를 5-0으로 완파한 것을 시작으로 5승2무를 기록했다. 최근 유럽 원정에서는 프랑스와 1-1로 비겼고, 튀니지를 2-0으로 제압했다. 신 감독은 “이쯤 되면 골짜기 세대라는 표현은 바꿔야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신 감독이 골짜기 세대를 바꿔놓은 비결은 ‘재미있는 축구’다. 수비수도 골을 넣는 축구로 분위기를 싹 바꿨다.
“올림픽팀에 처음 뽑힌 선수들은 이런 축구는 난생처음이라고 말들을 하죠. 제가 ‘왜 풀백(측면 수비수)은 골을 넣으면 안되느냐’고 말하니까요. 실제로 최전방 골잡이가 공격 1선을 이끌면 양쪽 풀백도 같이 라인을 맞추라고 요구합니다. 선수들은 적응하기 힘들 수도 있지만, 공격적인 축구에 재미를 들이면서 실력이 쑥쑥 늘어났죠.”
신 감독은 또 실수를 질책하는 대신 사소한 부분까지 창의성을 요구했다. 선수들에게 “감독이 어떤 축구를 원하는지 생각해보라”고 했다. 감독이 원하는 축구를 할 때 경기를 뛸 수 있고, 경기를 뛰어야 실력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올림픽팀 선수들이 골짜기 세대로 불린 원인 중 하나는 경기를 많이 못 뛰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림픽팀은 내년 1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3위 안에 들어야 본선행 티켓을 얻는다. 아시아에 4.5장의 티켓이 걸려 있는 월드컵보다 험난한 길이다. 그러나 신 감독은 “예선 통과를 걱정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신 감독은 “처음에는 리우로 가는 길이 쉽지 않다고 여겼다. 그런데 이젠 해볼 만하다. 현장에서 조금만 도와준다면 리우에서도 사고를 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