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필의 내 인생의 책](3)사람과 빵, 나란히 걸어온 6천년
ㆍ빵의 역사 | 하인리히 E 야콥
< 빵의 역사>는 ‘내 인생의 책’보다는 ‘내 인생의 벗’에 더 가깝다. 서재 한쪽에서 어떤 답을 찾고자 골몰하는 내게 지혜를 나눠 주는 소중한 벗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임명되면서 많은 이들을 만나 농업과 농촌 이야기를 나눴지만 이 책보다 더 가까이, 더 깊게 이야기를 나눴던 벗이 또 있을까 싶다.
연구원 시절부터 나의 가장 큰 숙제는 농업 본연의 역할, 즉 ‘안전한 먹거리의 안정적 공급’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었다. 국제적인 기후변동과 국제곡물가격 파동에도 흔들리지 않는 우리 먹거리 환경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묻고 또 물었다.
< 빵의 역사>는 답을 찾는 긴 여정의 벗이었다. 가장 단순한 먹거리인 빵으로 시작된 인류의 문명, 기아, 종교적 갈등, 전쟁, 혁명, 과학적 성취 등 다양한 이야기를 세계사라는 거대한 서사를 담아 들려주었다.
사람과 빵이 나란히 걸어온 6000년의 이야기 가운데 내가 생각하는 백미는 ‘고대 이집트인’의 이야기다. 다른 민족은 모두 음식이 부패하지 않도록 보관하는 데 급급한 반면 고대 이집트인은 오히려 밀가루 반죽이 부패하는 과정을 관찰하면서 기뻐했다. 발효과정을 거쳐 빵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고대 이집트인은 발효와 제빵으로 식량을 비축해나갔고, 오랜 평화와 안정 속에서 찬란한 문화를 꽃피울 수 있었다.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영양 부족률은 5% 미만으로 식량안보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국가 차원의 곡물자급률과 식량자급률이 낮다는 점에서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식량안보의 기본인 자급률을 안정화하려면 곡물생산의 효율성을 높이고 소비문화를 조성해나가는 등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대책들을 추진해야 한다.
나는 농업·농촌의 가치와 역할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전제로 한 이러한 노력이 대한민국의 식량안보를 담보하고 새로운 희망과 가능성을 여는 초석이 될 것이라 믿는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