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져도 과감히 …‘1000만 영화’1년에 3편 만든 뚝심
20년간 8조원 쏟아부은 CJ
올해 흑자 전환 앞둔 이채욱 대표
“이재현 회장 문화사업에 관심 커 2020년 매출 15조로 끌어올릴 것”
20년 동안 매년 적자였다. 약 8조원을 쏟아부었는데도 그랬다. 하지만 투자는 계속 됐다. 지난해에만 9842억원이 투입됐다. 올해로 20주년이 된 CJ그룹의 문화사업 부문 얘기다.
이채욱(69·사진) CJ주식회사 대표이사(부회장)는 “현재 3조6000억원인 문화사업 매출을 2020년까지 15조6000억원으로 끌어올려 ‘글로벌 톱10’에 진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2일 서울 필동 CJ인재원에서 열린 ‘CJ 문화사업 20주년 미디어 세미나’에서다.
그는 “CJ가 문화사업을 이끌어 올 수 있었던 것은 이재현(55) 회장의 뚝심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식품회사인 CJ가 1995년 미국 영화사 드림웍스에 투자하며 글로벌 문화사업에 뛰어든 것도 당시 제일제당 상무였던 이 회장의 의지가 컸다. 이 대표는 “당시 이 회장은 ‘이제는 문화다. 이게 우리의 미래’라며 제일제당 연매출의 22%인 3억 달러(3500억원)를 과감하게 투자했다”고 말했다. 1999년부터 누적 투자금액만 7조5000억원. CJ의 대한통운 인수 금액(1조7000억원)의 4배가 훨씬 넘는다.
CJ의 문화사업은 올해 첫 흑자 전환을 앞두고 있다. 역대 흥행 1위인 ‘명량’을 비롯해 ‘국제시장’ ‘베테랑’ 등 최근 1년 동안에 ‘1000만 관객 영화’를 세 편이나 내놓았다. 이 대표는 “93년 영화 ‘서편제’가 상영 6개월만에 100만 관객을 처음으로 돌파했다”며 “이제는 ‘1000만 한국 영화’가 13편이고 CJ가 그 중 5편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중국 시장에서의 성과도 강조했다. 그는 “중국에서 제작한 ‘이별계약’이 1300만, 영화 ‘수상한 그녀’의 중국판(‘20세여 다시 한번’)은 1162만을 돌파했다”며 “중국 시장에서는 ‘1억 관객 영화’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CJ는 영화·방송·음악 등 콘텐트 사업과 케이블채널·영화관 등 플랫폼 사업을 함께 해 ‘문화 공룡’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이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의 컴캐스트·월트디즈니 등과 겨루려면 CJ가 더 규모를 키워 체급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0년 기준 매출은 컴캐스트가 87조5000억원, 월트디즈니가 69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는 것이다. 또 콘텐트와 플랫폼을 함께 갖춘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은 모두 영업이익이 20%가 넘는데, 소니픽쳐스처럼 콘텐트 사업만 하는 경우는 7% 수준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영화관 사업을 하는 CGV의 경우 현재 6개국에 있는 1637개 스크린을 2020년에는 12개국 1만여 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전체 스크린의 약 80%, 매출의 65%를 해외에서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종합컨텐트기업인 CJ E&M도 현재 8.5% 수준인 해외 매출 비중을 2020년에는 43%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편 CJ그룹 계열사이자 국내 물류업계 1위업체인 CJ대한통운은 중국 최대 냉동물류회사인 룽칭(ROKIN)의 인수를 눈앞에 두고 있다. 3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중국 룽칭 물류와 매각자문사인 도이치증권으로부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CJ대한통운도 4일 이사회를 열고 인수 과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인수가는 4000억원 대 전후가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1985년 설립된 룽칭물류는 냉동물류 전문회사로 베이징과 시안을 비롯한 중국 전역에 지점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