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이런 사람을 가졌는가 ?
만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 맡기며
맘 놓고 갈만한 사람
그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온세상이 다 나를 버려도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할
그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일러줄
그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잊지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할때
"저하나 있으니"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온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 함석헌 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