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자신만만한 신태용 감독도 잠을 못 이룰 만큼 깊은 고민에 빠진 적이 있었다.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 국가대표팀 코치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도와 준우승을 일궈낸 직후의 일이었다. 신 감독은 결승전이 끝나자마자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으로부터 한국 올림픽팀(23세 이하) 감독 제의를 받았다. 이광종 감독이 급성 백혈병 증세로 갑작스레 올림픽팀 지휘봉을 놓았기 때문이었다.
아시아에 본선 진출권 4.5장이 주어지는 월드컵과 달리 올림픽 본선 아시아 티켓은 3장에 불과했다.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그는 한국행 비행기가 인천공항에 닿기 전에 감독을 맡겠다고 결정을 내렸다. 성인 국가대표팀 코치를 겸하면서 올림픽 대표팀 수장이 된 신 감독은 "올림픽 본선에 나가지 못한다면 국가대표팀 코치 자리에서도 물러날 각오가 돼 있다"고 배수의 진을 쳤다.
1년이 흘러 '난놈'은 기대대로 1차 목표를 이뤘다. 그가 이끈 올림픽 대표팀은 27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 23세 이하 챔피언십 4강전에서 카타르를 3대1로 물리쳤다. 3위 안에 들어야 리우올림픽으로 가는 상황에서 한국은 결승에 오르며 최소 2위를 확보했다. 이로써 한국은 8회 연속(1988~2016) 올림픽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신 감독은 이번엔 우승하면 한복을 입고 기자회견장에 나오겠다고 했다. 한국은 30일 오후 11시 45분 숙적 일본과 결승전을 치른다.
한국 축구의 8회 연속 올림픽 출전 기록은 세계 최초다. 이탈리아가 7회 연속 출전을 두 번이나 이뤘지만 결국 '8'에 이르진 못했다. 브라질도 5회가 최장 기록이다. 물론 한국 축구는 유럽과 남미가 아닌 아시아에서 경쟁했다는 이점이 있었다.
신태용 감독은 K리그의 전설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라운드의 여우'라 불릴 만큼 뛰어난 축구 센스를 가진 그는 성남에서만 13시즌을 뛰며 K리그 우승을 여섯 번 맛봤다. 하지만 그에게 최고라는 수식어는 쉽게 따라붙지 않았다. 비슷한 세대인 황선홍·홍명보·서정원·최용수 등에게 대표팀 경력에서 크게 밀렸기 때문이다. 특히 월드컵 본선 무대를 한 번도 밟지 못한 것은 한으로 남아 있다. 이번 리우올림픽은 그런 신 감독의 '대표팀 한'을 풀 무대다.
국내 최고의 전략가로 꼽히는 신태용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팔색조 전술로 리우올림픽 본선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는 이날 측면 공격이 뛰어난 카타르를 맞아 스리백(최종 수비 3명)에 윙백 두 명을 더한 수비적 전술로 전반을 소화했다. 후반전 선제골이 터진 이후엔 공·수 균형을 맞춘 4―2
―3―1로 전형을 바꿨고, 카타르의 동점골이 나오자 공격적인 투톱을 가동해 결국 3대1 승리를 이끌었다. 신 감독은 경기 전날 황희찬과 문창진을 따로 불러 "너희가 사고 한번 쳐서 영웅이 되어라"고 했다. 이들은 후반 교체로 들어가 맹활약했다. 신태용 감독은 리우올림픽 목표를 묻자 특유의 자신감을 내비쳤다. "어떤 색깔의 메달을 따야 할지 고민해 봐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