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해외 PF 지도를 만드는 이유는?올해 해외 PF 시적 22억달러로 지난해 2배 가량 증가…해외 시장 개척 의지 표현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사진)이 최근 산업은행이 참여하고 있는 해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지도를 만들라는 지시를 내렸다. 올해 산은의 해외 PF 실적이 기대 이상으로 나오면서 해외 PF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29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이 회장은 산은 참여 중인 해외 PF 사업을 표시한 세계지도를 만들어 집무실에 걸라고 지시했다. 현재 산은이 참여하고 있는 해외 PF 사업장은 23개국에 총 58개 프로젝트다.
이 회장이 해외 PF 지도를 만드는 이유는 올해 산은의 해외 PF 실적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시장 확대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올해 산은은 총 24건의 해외 PF 프로젝트에 22억달러를 공급했다. 지난해 11건의 프로젝트에 14억달러를 지원했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실적이 늘었다.
올해 초 세운 목표치인 17억달러와 비교해도 5억달러 이상 초과달성한 셈이다.
산은이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사업을 지원한 PF 규모도 지난해 10억달러에서 올해는 17억달러로 증가했다.
특히 올해는 산은이 그동안 진출하지 않았던 새로운 분야와 지역에 대거 첫발을 내디뎠다.
영국 해상 풍력프로젝트에 3400만파운드를 지원한 것이나 콜롬비아 도로 사업에 5000만달러 투자한 것이 대표적이다. 영국 해상 풍력은 전세계적으로 처음 시도되는 PF 방식의 프로젝트였고, 콜롬비아 도로 사업은 중남미 지역 도로 PF 사업의 진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산은이 터키 유라시아터널 프로젝트에 참여한 투자자의 미래 배당금을 유동화하는 방식으로 800억원을 투자한 것도 새로운 시도로 꼽힌다.
산은이 올해 해외 PF 시장에서 영역을 확대한 데는 해외 PF 데스크의 역할이 컸다.
산은은 지난해 싱가포르와 미국 뉴욕에 PF 데스크를 설치했고 올해는 영국 런던과 중국 베이징에도 PF데스크 영업을 시작했다. 콜롬비아 도로는 뉴욕 데스크에서 발굴한 프로젝트며, 런던 데스크도 다양한 프로젝트 발굴에 역할이 했다는 후문이다.
산은 관계자는 “규모는 적더라도 다양한 분야와 지역에 투자를 했다”면서 “그 과정에서 해외 PF 데스크의 역할이 컸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내년에도 해외 PF를 강화하기로 하고, 신규 동력 확보 방안 마련을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적으로 아직 산은이 개척하지 못한 중국 시장이 꼽힌다. 당장 중국 내 PF 사업 참여는 어렵겠지만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 중국 인접 국가에서 중국이 주도하는 인프라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일부에서는 산은이 급격하게 해외 PF 지원을 늘릴 경우 손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제기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이 미래 먹거리로 해외 PF 분야에 집중하는 것 같다”면서도 “단기간에 규모를 키울 경우 위험 부담도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