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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날짜 : 2017-01-02 |
정길영(82/회화) 회화인가, 도예인가  | ▲ 정길영(오른쪽) 작가와 ‘남자(Man)’ 시리즈 작품들. 가마에서 구울 때 소금유약을 바른 후 산소 공급 억제로 색의 변화를 유도하는 환원소성 기법을 가미해 완성한 작품들이다. 갤러리 마리 제공 |
정길영 ‘내 삶의 여정’展
 | ▲ 남자(Man), 25×25×38㎝, 환원소성, 2015 | |
가마서 구워낸 도자기판에 흙으로 그림그려 또 구워내 “불과 어우러지며 색의 향연”
“가마에서 구워낸 도판에 소금유약을 바른 후 흙으로 그림을 그려서 다시 한 번 구워내요. 이럴 경우 도판의 흙과 물감처럼 쓰인 흙의 팽창계수가 어느 정도 일치해야 하는데 국내 흙으로는 맞출 수가 없어요. 그래서 좋은 흙을 찾아 2011년 작업장을 중국으로 옮겼어요.”
정길영(55) 작가는 화가이며 도예가이고, 설치미술가다. 현재 그는 ‘도자기의 고향’이라는 중국 장시(江西)성 징더전(景德鎭)에 작업장을 차려놓고 작품을 만들고 있다. 국내 흙으로 불가능했던 작업들이 징더전의 흙으로는 가능하다고 한다. 1000년 전부터 도자기를 만들어 온 징더전에서는 인구 50만 명의 30%가 도자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특히 고령토의 경우 성형이 편리하고 철 함유량이 적어 도자기 원료 중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
서울 신문로 갤러리 마리(02-737-7600)에서 정 작가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내 삶의 여정’이란 타이틀로 2월 10일까지 계속되는 전시에서는 도판에 그린 풍경화 외에도 자신의 일상을 묘사한 생활도자기, 도자 조각, 영상 작업 등 근작 10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국내외 많은 훌륭한 도예 작가가 있지만 정 작가는 도자에 거침없는 그림으로 차별화된 작업을 펼쳐 명성을 얻고 있다.
영남대 서양화과에서 회화를 전공한 그의 작업 밑바탕에는 여느 화가들처럼 캔버스가 있었다. 그러나 20여 년 전부터 그의 캔버스는 흙을 구워내 만든 도판으로 바뀌었다. 말하자면 회화와 도예를 결합한 작업을 하는 셈이다. 이뿐 아니다. 장치 미술, 조각, 건축 등과 도자기를 결합하는 시도도 다양하게 펼쳐가고 있다. 말 등의 오브제가 올려진 도판 그림, 인체가 손잡이로 붙어 있는 커피잔 등은 이런 다양한 시도를 통해 탄생했다.
“지난 2001년 도자기의 고장 경기 여주를 방문했을 때 점토의 무한한 가소성과 가마 소성 후 유약 색채의 변화무쌍함을 발견하고 본격적으로 도예의 길에 접어들었습니다. 도판 위 그림이 불과 어우러지면서 색채의 향연을 펼칠 때 느끼는 행복감은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정 작가의 작품은 한마디로 성격을 규정할 수 없다. 인체와 동물, 문자 등이 어우러진 도판화는 원시벽화를 연상시키고, 얼굴만 한 선글라스를 끼고 벤치에 걸터앉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인체 조각상은 웃음을 머금게 한다. 마치 팝아트 작품 같다. 특히 중국 현지인들은 팝아트적인 그의 발상이 반영된 생활자기들을 좋아한다고 한다.
“저는 흙의 변화무쌍한 가능성을 통해 의식과 무의식, 우연과 필연, 인공과 자연, 전통과 현대 등 서로 반대되는 양가적 개념을 작품에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이 때문에 무엇을 표현하려고 했는지 딱히 꼬집어 낼 필요가 없어요. 자유롭게 스토리텔링을 하며 감상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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