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일레븐)
우리에게 조금 더 익숙한 쪽은 ‘선수 신태용’보다 ‘감독 신태용’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당시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도 세계 1위 독일을 꺾는 ‘카잔의 기적’을 일군 연출가이자 변화무쌍한 전술과 임기응변, 거침없는 화법으로 위기 탈출에 능한 감독이다. 워낙 솔직하고 직설적인 언행 탓에 적잖은 오해도 사긴 했으나 지난해 축구팬들에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감독임은 분명하다.
신태용은 선수로서도 강렬했다. 사실 선수로 남긴 발자취는 더욱 거대했다. 1992년 데뷔 이래 성남에서만 13시즌 간 뛰며 6회 우승을 이끌었고 K리그 통산 401경기, 99골‧68도움을 기록했다. 미드필더로 뛰면서 득점왕은 물론 MVP까지 수상했고 ‘최초’ 기록은 밥 먹듯이 써냈다. 성남의 레전드이자 기록의 사나이 신태용이 K리그에 남긴 족적들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우리는 감독으로, 선수로서 신태용은 쉽게 닿을 수 있지만 ‘인간 신태용’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베스트 일레븐> 2005년 2월호에 실렸던 신태용과 인터뷰를 통해 사람 냄새 진하게 풍겼던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공개한다. 당시 35세였던 신태용은 소속팀 성남과 갑작스런 ‘재계약 불가’ 의사를 접한 뒤 현역 은퇴 기로에 놓인 상황이었다. 그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에 몇날 며칠을 낙담해 있었지만 마음을 비운 뒤 “팬들에 꼭 전할 말들이 있다”라며 인터뷰에 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