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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한 삼성테스코㈜ 대표이사  
--- 사무국 --- 7273
글쓴날짜 : 2005-11-15
<박상주기자가 만난 21세기 개척자>이승한 삼성테스코㈜ 대표이사
[문화일보 2005-11-15 16:29]

(::‘겸손-병풍경영’으로 유통신화 도전::) 속된 말로 부장 승진하는데 세번이나 ‘물’을 먹은 사람이 최고 경영자(CEO)에 오를 확률은 얼마나 될까. 우리 사회엔 암묵적으 로 혹은 실제 규정으로 ‘삼진 아웃’ 혹은 ‘삼 세번’이란 법 칙이 존재한다. 세번 실패한 사람은 조직에서 내놓은 사람으로 인지되기 마련이고, 스스로도 무기력해지기 쉽다.
이승한(59) 삼성테스코㈜ 대표이사 사장이 바로 무려 네번만에 부장 진급을 하고도 당당하게 CEO에 오른 사람이다. 지난 4일 서 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의 파티오(테라스에 꾸며진 정원)에서 이 사장을 만났다. 파티오 난간을 장식한 새빨간 제라 늄과 남산 기슭의 울긋불긋한 단풍이 그림 같은 앙상블을 이루고 있었다.

살다보면 누구나 쓰디쓴 실패를 경험한다. 다만 실패를 딛고 일 어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거기서 낙담하고 주저앉는 사람이 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지난 11일 95세를 일기로 타계한 ‘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는 “한번도 실패가 없었던 사람, 그것도 큰 잘못을 저질러 보지 못한 사람을 최상급 직책으 로 승진시키는 일 따위는 없어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왜냐하면 그런 사람은 대부분 무사안일주의로 지내온 사람이기 십상이라 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부장 진급에 세번이나 실패한 이 사장은 최고의 CEO가 될 자격을 넉넉하게 갖춘 셈이다.

스톡데일 패러독스(Stockdale Paradox). 눈앞의 냉혹한 현실을 가볍게 여기는 낙관적인 태도를 경계하면서도, 결국엔 성공할 거 라는 낙관적인 태도를 잃지 않는 모순을 이르는 말이다. 미국 경 영학자인 짐 콜린스의 신작 ‘Good to Great(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가 베스트셀러로 떠오르면서 유행하기 시작한 신조어다. 베트남 전쟁 당시 ‘하노이 힐튼’ 미군포로수용소에 서 살아남은 포로들은 낙관주의자들이 아니라 짐 스톡데일 장군 처럼 냉혹하게 현실을 직시한 사람들이었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 다.

이 사장의 경영화두는 ‘스톡데일 패러독스’였다. 존폐의 기로 에 서있던 삼성의 유통점 홈플러스를 ‘좋은 기업’으로 일으켜 세웠지만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시키기 위해서는 ‘낙관을 경 계하면서도, 낙관을 잃지 않는 스톡데일 패러독스’를 가슴에 새 겨야 한다고 했다.

삼성테스코는 1999년 5월 영국의 다국적 할인점 테스코와 삼성의 합작으로 탄생한 회사다. 삼성테스코의 초대 CEO를 맡은 이 사 장은 외환위기 당시 삼성이란 몸통에서 잘려나온 도마뱀 꼬리 신 세였던 홈플러스를 6년만에 할인 유통시장 점유율 19.4%를 차지 하는 업계 2위의 알짜 기업으로 일으켜 세웠다.

그의 성적표는 눈이 부실 정도다. 지난해 연간 매출 3조9100억원 기록, 지난 5년(2000~2004년)간 연평균 매출 67% 성장, 같은 기 간 연평균 이익 150% 성장, 4년 연속(2002~2005년) 서비스대상 수상, 금탑산업훈장·한국유통대상 대통령상 수상…. 현재 38개 인 점포수를 2009년까지 99개로 늘리고 매출 10조원을 달성, 시 장점유율 1위 고지에 오른다는 야심찬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이 사장은 “갈 길이 아직 멀다”며 몸을 낮췄다. 콜린스 의 조언대로 섣부른 낙관을 경계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우리 회사의 위상은 ‘좋은 회사 문턱에 한발 걸친 정도 의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콜린스가 말하는 ‘위대한 기업’ 에 이르기 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이 사장이 삼성테스코를 ‘좋은 회사’에서 ‘위대한 기업’으로 이끌어 올리기 위해 내놓은 처방은 무엇일까. 바로 ‘겸손’이었다. ‘겸손’만큼 조직과 개인을 살찌우는 비결이 없다는 것이다.

“작은 성취를 이룬 뒤 자만에 빠진 회사들은 대부분 주저앉습니 다. 콜린스의 말대로 ‘가장 나쁜 경우를 상정해 대비하는 현실 주의자들이 위기를 극복한다’는 말을 깊이 새겨야 할 시점입니 다.” 이 사장이 이 같은 ‘겸손철학’을 터득하게 된 것은 비싼 대가 를 치르고 나서였다. 삼성에 입사한 뒤 사상 최연소 과장과 최단 기 과장 진급 기록을 세우며 승승장구하던 그는 1970년대 후반 영국 런던 주재원 시절 부장 승진에서 세번이나 탈락하는 뼈아픈 경험을 했다.

“당시 런던 주재원들은 가족과 함께 근무하지 못했습니다. 선진 국에서 근무하는 것만으로도 특혜라는 인식 때문이었지요. 그때 인사 담당 이사에게 부당한 처사라며 크게 항의한 게 두고두고 화근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값비싼 인생공부를 한 이후 이 사장은 자신을 겸손으로 꽁꽁 싸 매고 있지만 톡톡 튀는 그의 경영철학은 항상 이를 비집고 튀어 나온다. 경영이란 매년 한 폭의 그림을 완성하듯 하나하나 비전 을 실현해나가는 과정이라는 ‘병풍경영’, 글로벌 경영과 로컬 경영의 조화를 꾀해야 한다는 ‘글로컬 경영’, 예술가들이 완전 을 추구하기 위해 일생동안 열정과 혼을 불사르는 것처럼 경영도 완전을 추구하는 과정이라는 ‘예술 경영’, 행동가치·경영기준 ·경영인프라·경영목표관리·경영혁신·협력경영 등 6개의 요소 를 중시하는 ‘헥사곤 경영’ 등은 그 일부에 불과할 따름이다.

부장 승진에서 번번이 탈락했던 그가 CEO까지 오를 수 있었던 비 결도 그만의 독특한 경영철학과 이를 실천에 옮기는 열정이었을 것이라는 게 지인들의 분석이다.

그의 발상은 늘 범인(凡人)들의 허를 찌른다. 유통비용을 최대한 줄여야 하는 할인점에 거꾸로 거액을 들여 문화·레저공간을 대 폭 늘린 것이 그 단적인 경우다.

“전국 점포에 66억원을 들여 유명작가 작품 67점을 설치했습니 다. 홈플러스는 단순히 물건을 사는 곳이 아니라 새로운 개념의 가치공간을 지향하고 있지요. 전국 34개의 문화센터에서 매년 전 문강사 2000여명이 3만2500개의 다양한 문화·생활강좌를 제공하 고 있습니다. 할인점 내에 갤러리를 운영하기 시작한 것도 우리 가 처음이지요.” 홈플러스를 쇼핑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배우고, 느끼고, 쉴 수 있는 가치공간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뜻밖의 발언을 했다. 2010년 1월 9일 사장직 을 그만둘 예정이라는 것이다.

“1970년 1월 9일 삼성에 입사했습니다. 만 40년이 되는 2010년 1월 9일 회사를 떠날 생각입니다. CEO의 덕목중 하나는 후계자를 길러낸 뒤 자리를 비켜주는 것입니다. 2010년 경영권을 넘겨줄 차세대 경영진을 육성하는 작업을 착실하게 실행하고 있습니다.

” 이런 걸 겸손으로 불러야 할까, 자신감으로 불러야 할까. 봉급쟁 이 고용사장이 자신이 물러날 시점을 딱 못박아 공개적으로 선언 하는 사람이 세상천지 어디에 또 있을까.

“그동안 고용사장이 아닌 홈플러스 창업주라는 생각으로 일했습 니다. 우리 직원들이나 저쪽(영국 테스코 그룹)에서도 나를 고용 사장으로만 보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당장 눈 앞의 실적을 드러내기 위한 경영보다는 내가 떠난 뒤를 생각하는 긴 안목의 경영을 할 수 있는 것도 이런 분위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요.” 하긴 겸손과 자신감은 동전의 양면일지도 모른다. 겸손은 자신있 는 사람들만의 특권 아닐까.

박상주기자 sjpark@munhwa.com ▲1946년 12월 경북 칠곡군 왜관읍 출생 ▲1970년 영남대 경영학 과 졸업, 삼성그룹 공채 11기 입사(제일모직) ▲1978년 삼성물산 (건설) 런던지점장 ▲1986년 삼성물산(건설) 해외사업본부 총괄 임원 ▲1994년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신경영추진팀장(전무) ▲199 6년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보좌역 부사장 ▲1997년 삼성물산 유통 부문 대표이사 ▲1999년 삼성테스코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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