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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CEO칼럼-이시원(주)부천대표이사] 얽힌 실타래는 당기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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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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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날짜 : 2009-06-23 |
누구든지 인생에서 한번쯤은 실타래가 엉킨 것처럼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에 부딪혀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실타래를 풀려고 할 때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를 찾기보다는 조급하게 억지로 힘을 주어 당기거나 나중에는 아예 가위로 끊어버려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다. 아주 사소한 개인의 문제부터, 가족관계, 노사관계, 혹은 국제관계에서까지 이러한 일들은 자주 나타난다.
5월의 달력을 보면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 등, 가족을 기념하는 날들이 참 많다. 그런데 가족은 특별한 인간관계가 아니라 늘 함께하고 서로를 조건 없이 사랑해야 하는 것인데도, 굳이 이렇게 특정한 날을 정하여 기념하는 것이 오히려 가족이 해체되어 가는 지금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기도 해 가끔은 씁쓸하다.
지금 우리네 가족의 모습을 보면 외형은 온전하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자신만의 공간에 숨어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현상은 전례 없는 초고속 압축적 경제 성장을 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단기간의 경제 성장은 그 성과의 우수함은 논외로 하더라도 함께 만들어 감사하며 먹던 식탁은 급식으로, 자녀와 함께하던 시간은 사교육으로 대체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사춘기 자녀의 가족은 컴퓨터와 휴대폰이 되었고, 자녀와의 의사소통은 '토익성적 묻기와 용돈 탈 때' 밖에 없다는 한탄마저 들려온다. 참으로 '가족은 없다'라는 종말적 선언이 일어날 만하다. 경제성장으로 가족의 구조가 변화하면서 가족이 가지던 고유한 가치도 예전과는 달라진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따뜻한 가족행사가 있다. 바로 아이가 태어난 지 1년이 되면 최초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격을 얻는 돌잔치이다. 지인과 친척의 돌잔치에 초대될 때면, 요즈음에는 골프공, 마우스, 혹은 마이크등도 돌상에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모두 현대에서 각광받는 직업군을 상징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섬유 산업의 현장에 있는 탓인지, 나는 언제나 아기들이 실타래를 집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실타래가 장수를 의미하는 오랜 상징물이라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아기가 단순히 성공만을 의미하는 물건을 집기보다는, 씨실과 날실이 규칙적, 혹은 불규칙적으로 수많은 교차점을 구성하여 여러 형태의 직물을 만들어내듯 성장하면서 다양한 삶에 대한 가능성을 가지기를 기원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아기가 어린이가 되고 다른 누군가와 청실홍실로 엮어져 부부가 되고, 또 부모가 되고 세상을 현명하게 보는 노인이 되면서 하나하나의 인생의 단계에서 행복한 순간을 이어가기를 소망하는 마음이다.
한 아이가 가족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여러 인생의 단계를 거쳐 성장하듯이, 사실 가족은 전체적으로 보면 남성과 여성, 아동과 성인, 노인이라는 매우 이질적인 성격을 가진 구성원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더구나 각자는 서로의 과거, 강점과 약점, 좋은 점과 싫은 점 등을 자세히 알고 있다. 또, 가족의 친근성과 일상성은 우리들로 하여금 서로를 객관적으로 탐구하는 것을 어렵게 하기도 한다. 이러한 가족의 특성은 상호 유대와 지지의 기반이 될 수도 있는 반면, 상대를 공격하는 소재로 이용되어 갈등을 심화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엉킨 실타래처럼, 가족과의 갈등은 세게 당기면 더 얽히게 마련이다. 찬찬히 풀어간다면 '가족'의 인연은 소중하고 행복한 만남으로,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큰 축복이 되어 당신의 날개가 되어줄 것이다. 가정의 달 5월이 '너무나 잘 아는, 그래서 더 모르는 가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이시원 (주)부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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