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神話) 연구를 통해 한민족과 한국 문화의 기원을 밝히려는 노력이 한 권의 책으로 집대성됐다.
30여년간 한국의 신화 연구를 진행해 온 영남대 김화경(金和經, 58,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펴낸 ‘한국 신화의 원류(지식산업사, 280쪽)‘가 바로 그것.
김 교수는 이 책을 통해 기존에 단편적이고 개별적으로 진행되어왔던 한국 신화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고 한국 신화의 계통적 연구를 통해 전체적 특성을 밝히고 체계화하는 시도를 전개한다.
또한 일제 침략과 더불어 시작된 일본 학자들의 한국 신화 연구가 ‘한국 기층문화의 이원적 성격론’을 낳게 된 것은 일제 강점기에 행해졌던 분할통치를 뒷받침하려는 저의 때문이었음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김 교수는 ‘역사 민족학(historical ethnology)’에서 사용하는 문화사론적 연구방법론을 원용한다.
즉 신화들이 지닌 특성에 따라 몇 개의 범주로 분류한 뒤 이 신화들이 지닌 문화적 특성을 찾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이들 신화가 어디로부터 들어왔는가를 밝히는 것이다.
이에 김 교수는 총 74편의 신화를 크게 세 가지 범주로 분류한다. 기층문화 형성의 신화, 지배계층 교체의 신화, 지배계층의 신화가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한국 기층문화의 성립과 관계있는 것으로 땅에서 인간이 나왔다고 하는 ‘출현신화’와 곡식의 씨앗을 가져다 준 ‘곡모신(穀母神) 신화’, 타살된 시체로부터 곡식의 씨앗을 얻었다고 하는 ‘시체화생(屍體化生) 신화’를 연구한다.
지배계층 교체의 신화로는 ‘국가 양도 신화’를 연구한다. 해부루의 부여국 양도 신화, 송양왕의 비류국 양도 신화, 비류의 미추홀 양도 신화 등 비정상적인 탄생담을 가지지 않은왕권 신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지배 계층의 교체가 이루어진 국가의 실체를 밝히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배계층의 신화로 ‘천강(天降) 신화’ ‘일광 감응(日光 感應) 신화’ ‘수조(獸祖) 신화’ ‘난생(卵生) 신화’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다.
그리고 단군 신화와 해모수 신화, 박혁거세 신화,수로 신화 등의 천강신화는 터키계 종족들의 신화와 일맥상통하는 반면, 고주몽 신화 등 일광 감응 신화는 몽고족 계통,수조 신화는 퉁구스족 계통, 석탈해 신화 등 난생 신화는 캄차카 반도 일대의 코리약족 계통의 신화와 공통점을 지니고 있음을 주장하면서 지배 계층의 원류를 밝히고자 한다.
특히 난생 신화 연구를 통해서는 일본 학계가 주장하는 ‘한민족 남방 연원설’이 타당성을 지니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하는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김교수는 책의 서문에서 “여러 편으로 나누어 전해지는 각각의 신화 자료들 속에서 한국 신화가 지닌 어떤 공통되는 특성을 찾아내어 그것이 생긴 까닭은 무엇이며, 또 그런 신화들이 어디에서 들어 왔는가하는 문제들을 밝힌다면 한국 신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며 "자신의 연구가 한국 신화의 연구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되고, 또 민족 문화의 형성 과정을 재구성하는 데도 이바지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CBS대구방송 권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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