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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날짜 : 2006-05-22 |
[CEO Story] 장호 동대문닷컴 대표
[매경이코노미 2006-05-17 10:56]
촉망받던 야구선수가 있었다. 대구중학교 시절 청룡기중학부대회 4강과 타격왕 1위의 영광을 동시에 안았다. 대구상고 진학이 확정됐으면서도, 당시 신흥 야구명문으로 떠오르고 있긴 했지만 대구상고보다 훨씬 지명도가 낮은 대구고로 진로를 옮겼다. 친구 5명을 함께 입학시켜주겠다는 스카우트 제의가 맘에 들어서였다. 대구 중앙초등학교 3학년 때 시작된 야구인생이 그렇게 꽃피는가 싶더니, 곧이어 끝 모를 나락의 시련이 닥쳐왔다. 고3 때 갑작스레 찾아온 어깨 탈골. 5개월간 깁스를 해야 했다. 5개월 후 돌아와보니 몸은 이미 예전의 몸이 아니었다. 그렇게 야구의 꿈을 접어야했다.
운동특기생 이력으로 차출된 수도방위사령부 근무는 첫 서울 생활이었다. 첫 휴가 때 난생 처음으로 동대문이란 곳엘 가봤다. 엄청난 ‘문화적 충격’. 다소 우중충한 재래시장만 봐왔던 스무 살 젊은이에게 고층빌딩이 즐비한 패션전문 시장 동대문은 인생을 걸어도 좋을 만한 곳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동대문과 생활해오길 10년여. 야구선수 출신 사업가가 운영하는 업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 ‘동대문닷컴’은 이제 대구 주요 기업 중 하나로 성장했다. 삼성라이온즈 홈구장인 대구시민운동장 한 켠에 당당히 ‘동대문닷컴’이란 간판을 걸게 됐을 만큼. 지난해 대구에 기반을 둔 기업 매출액 순위 30위권에 이름을 올렸으니 그 정도 대우는 받을 만하다 싶다.
최근 오픈마켓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동대문닷컴 장호 대표(34) 이야기다.
지난 1월 한 때 순위사이트 랭키닷컴 집계 전체 사이트 중 66위를 차지했다. 5월 들어서는 80위권 안팎을 왔다갔다 하는 중. 오픈마켓 사이트로만 범위를 좁혀보면 옥션, G마켓, 다음온켓, GSe스토어에 이은 5위다. 거래액도 만만치 않다. 일 평균 거래액이 3억원 선. 내로라하는 전문기업과 대기업이 운영하는 오픈마켓 사이트들을 바짝 뒤쫓고 있는 동대문닷컴 성적은 장 대표 포함 3명 직원이 3평짜리 사무실에서 시작한 소기업이, 게다가 패션만 전문으로 하는 오픈마켓이 거둬낸 실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동대문닷컴은 도대체 어떤 기업이고, 장호 대표는 또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장 대표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야구선수 출신 사업가다. ‘이제 다 지난 시절의 추억’이라지만, 현재도 ‘팔공브러더스’란 사회인야구단 코치 겸 선수로 뛰고 있을 정도로 야구와의 끈을 아주 놓지는 못하고 있는 상태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야구만 했다보니 공부를 제대로 했을 리 없다. 부상으로 특기자 입학의 길조차 사라지면서 대학입학이 막막했다. 대학 대신 사업으로 진로를 잡은 장 대표는 군 제대 후 1년간 ‘시장조사’라는 명목으로 동대문시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1년을 투자한 결과, 동대문시장 상인들과 친구처럼 친해진 것은 물론 동대문 시장이 돌아가는 과정에 대해서도 훤하게 알게 됐다. 처음엔 동대문에서 물건을 사다 대구에 팔까 하는 생각으로 접근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직접 옷을 만들어 동대문시장에 팔아야겠다는 쪽으로 계획이 바뀌었다. 이를 위해 독학으로 의류 디자인 공부도 시작했다.
■올 예상거래액 1500억원■
처음 디자인한 제품은 청바지. 최근 몸에 딱 달라붙는 스키니진이 유행이다. 장 대표가 처음 디자인한 청바지가 바로 스키니진이었다. 96년 당시에 스키니진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파격적인 옷이었다. 기껏해야 일자나 나팔 형태 청바지 일색인 동대문시장에서 장 대표가 들고 나온 스키니진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 스키니진은 제일평화, 광희시장, 디자이너클럽 등 도매시장 상가 몇 군데와 납품 계약을 맺는 성과를 이뤄냈다. 장 대표의 의류사업은 이렇게 시작됐다. 두 번째 작품은 반팔후드티. 당시 후드티라 하면 무조건 흔히 타월지라 불리는 다소 두툼한 재질에 박스 스타일의 긴팔후드티를 떠올릴 정도로 후드티 디자인은 일원화돼 있었다. 장 대표는 얇은 원단에 라인이 들어간 반팔후드티라는 개념으로 소위 대박을 거둬냈다. 무려 5만장이나 팔려나갔다고.
“완전 1인 기업이었죠. 디자인이 완료되면 샘플 몇 장 만들어 동대문시장을 돌며 납품 계약을 따냅니다. 이 작업이 완료돼 대구공장에 옷을 주문하면 끝이에요. 만들어진 옷은 바로 납품하기로 한 매장으로 보내지니까요. 저는 대구와 동대문시장을 왔다갔다 하면서 관리만 하면 됐기 때문에 따로 직원이 필요없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는 더욱더 지방에서 만들어진 옷이 동대문시장에서 팔린다는 것은 상상도 하기 어려웠어요. 보통은 서울에서 만들어진 옷이 동대문시장을 거쳐 지방으로 팔려가는 구조잖아요. 덕분에 시장에서 ‘독특한 인물’로 이름을 좀 얻었어요.”
매년 수 억원대 수입을 올릴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2000년 초반, 인터넷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할 때 모두들 ‘잘 나가는 사업 접고 웬 딴 일이냐, 미쳐도 한참 미쳤다’라며 말릴 정도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인터넷 쇼핑몰이 대세가 될 거라 믿은 장 대표는 미련 없이 기득권을 버렸다. 2003년 1월 결국 패션전문 공동구매 사이트인 ‘동대문클럽’을 여는 것으로 장 대표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3평짜리 사무실. 웹디자이너 1명, 프로그래머 1명이 직원의 전부. 공동구매 사이트를 연 후 당시 ‘공동구매’ 대명사였던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던 판매자 몇 명의 연락처를 알아내 무작정 찾아나섰다.
“제가 동대문시장 상인들을 워낙 많이 알고 있던 터라 얘기가 크게 어렵지는 않았어요. 공동구매 사이트 인기 판매자 대부분이 동대문에 기반을 둔 오프라인 상인들이었던 만큼, 역시 오랫동안 동대문에서 일해온 절 믿고 물건을 대보겠다 덥석 약속해주신 거지요.”
2004년 8월에는 오픈마켓으로 방향을 틀었다. 회사가 관여하는 부분이 많은 공동구매보다, 그저 장터만 열어주는 오픈마켓이 여러모로 낫겠다는 판단에서다.
동대문닷컴이 급성장세를 연출하기 시작한 때는 ‘www.ddm.com’이란 도메인을 획득하고 더불어 동대문클럽에서 동대문닷컴으로 이름을 바꾼 때서부터다. 이름을 바꾸면서 장 대표는 본격적으로 다양한 시도에 들어간다.
연 10억원 선이던 마케팅 비용을 20억~30억원 수준으로 올렸다. 그래봐야 경쟁사의 100억원을 훌쩍 넘어가는 비용에는 전혀 미치지 못하지만 효과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 특정한 시간대에 품목당 선착순 10명씩 2000원을 깎아주는 ‘번개시장’도 도입했다. 동대문닷컴 평균객단가는 1만~2만원대. 1만~2만원짜리 물건을 2000원 깎아준다는 것은 엄청난 혜택이다. 전자상거래 사이트로는 최초로 ‘e-라이프’ 코너도 만들었다. 금융, 오락, 비즈니스, 생활, 여성, 모바일, 정보 등 포털에서나 볼 수 있던 코너.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도 포털처럼다양한 내용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장 대표 생각이 그대로 웹페이지에 옮겨진 결과물이다. 결과적으로 동대문닷컴 회원들은 동대문닷컴 구매를 통해 얻게된 각종 포인트로 동대문닷컴 사이트에서 영화도 보고 게임도 하고 휴대전화 컬러링 다운로드도 받을 수 있게 됐다.장 대표는 이를 두고 ‘엔터테인먼트 쇼핑몰’이라 표현한다.
한 번 입소문이 나면서부터는 저절로 탄력이 붙었다. 하루 15만명 선이던 방문자수가 지난해 8월 이후로는 30만명대로 늘어났다. 랭키닷컴 집계 120위권이던 순위도 쑥쑥 올라 최고 66위까지 올랐다. 덕분에 2004년 81억원에 불과했던 거래액이 2005년 220억원을 거쳐 올해는 1500억원대를 내다본다.
장 대표는 최근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지난 4월 1일을 기점으로 동대문닷컴은 종합오픈마켓으로 변신을 감행했다. 6월에는 동영상몰을 오픈해 인터넷 상에서의 TV홈쇼핑을 구현할 계획이기도 하다. 빠르게 변하는 인터넷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계속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신념 아래 영남대 경제금융학과 05학번 학생도 됐다는 ‘동대문에 인생을 걸었던 스무 살 젊은이’의 10년 도전이 이번엔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질지 궁금해진다.
【동대문닷컴(www.ddm.com) 개요 】
·대표 : 장호(73년생)
·랭키닷컴 집계 오픈마켓 순위 : 5위
·사이트 오픈 : 2003년 1월
·일 평균 거래액 : 3억원
·일 평균 거래건수 : 2만5000건
·2005년 거래액 : 220억원
·총 가입회원 수 : 150만명
·하루 평균 방문자 수 : 약 30만명
·입점 판매자 수 : 1만5000명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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