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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장문화재 보존예산 늘려야 -이청규 교수  
--- 사무국 --- 3498
글쓴날짜 : 2005-11-25
매장문화재 보존예산 늘려야
[문화일보 2005-11-23 13:59]

민족의 문화 유산인 발굴 매장문화재를 두고 이해 충돌이 있다고 하여 정부에서 이를 갈등관리 방식으로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매 우 희극적이다. 오죽하면 정신적 가치와 물질적 이익이 상호 충 돌하는 문제에 관해 이러한 궁여책을 내놓았을지를 생각하면 처 량하고 서글프기까지 하다. 이러한 갈등은 개발에 착수한 지방 소도시와 읍·면 지역에서 최근에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것은 문화유산 관리 시스템과 지원 방식이 제대로 준비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매장문화재의 보존 책임을 토지 개발의 주체자인 지역 주민, 민간업체에 전적으로 내맡긴 결과이다.
지난 10월 초 경남 마산시청 회의실에서는 마산 지역 주민, 문화 재청과 마산시청의 관계 공무원, 문화재 관련 대학교수 다수가 참여한 ‘갈등조정회의’가 열렸는데 서로 얼굴 붉히고 고함이 오갔다. 수년 간에 걸쳐 어렵게 의견을 모아 택지개발을 추진하 고자 조합을 결성한 마산 진동 주민들이 난데없이 나온 매장문화 재 때문에 어려운 처지에 빠지게 됐다. 원래 목적했던 개발사업이 완전히 수포로 돌아갈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지상에 덮개돌이 없으므로 크게 있으리라 기대하지 않았던 청동 기시대의 대규모 고인돌군 유적이 마산 진동지구 개발사업 현장 에서 드러난 것이다. 고인돌 유적은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고 있으나, 여기에서는 지름 20m 안팎의 원형 적석묘역과 길이 25m 가 넘는 장방형 묘역을 갖춘 대규모 고인돌 수십 기가 3만여 평 의 ?낱?부지에 조성돼 있는 사실이 발굴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고대 가야 이전에 ‘소국’ 형성의 기반이 되는 대규모 ‘읍락’ 세 력집단이 이 지역에 자리잡고 있었으며, 후대에 신라의 왕경 경 주에 조성된 ‘대릉원’과 같은 지배층 무덤군의 초기 원형을 보 여주는 중요한 유적이 마산 진동의 태봉천 하구 해안에 자리잡았 음을 알게 된 것이다.

그와 같은 중요한 유적이 발견됐다고 한다면 마산시민들이 반기 고, 축하해야 할 일인데, 상황은 정 반대로 주민들은 사적지로 지정, 보존하려는 데에 매우 소극적이고 꺼리는 것이다. 전북 고 창과 경기 강화도의 고인돌을 국가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한 것이나, 대구 진천동의 개발지역 내에서 발굴된 청동기시대 선 돌유적이 사적지로 흔쾌히 지정된 것과는 대조되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처하자 한국고고학회에서 이를 온전하게 보존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관계 당국에 제출했다. 우리나라 청동 기시대의 사회상을 밝혀줄 뿐만 아니라, 고대국가의 형성과정 연 구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며, 유적의 일부만을 보존하고 일부는 개발하는 미온책을 취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마산처럼 발굴된 매장문화재를 둘러싼 갈등은 최근에 통일신라 때 지방통치체제인 9주5소경 가운데 하나인 사벌주가 설치됐던 경북 상주에서도 발생했다. 상주 복룡동의 아파트 건설 지구에서 통일신라시대의 지방 고대도시 유적이 구제 발굴을 통해 확인돼 그 보존 조치가 내려진 것이다. 이처럼 중요한 문화유산이 어느 곳에서 어떠한 상황에 놓여 있더라도 환영받을 일인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사태가 최근 들어 부쩍 늘고 있다.

민족의 문화유산은 다른 사유재산과 달라서 국가가 영원히 지키 고 소유한다. 그러한 문화유산으로 인해 주민들이 괴로워할 때 그 괴로움을 덜어줄 1차적인 책임은 정부와 국회에 있다. 그럼에 도 자긍심의 상징이어야 할 문화유산이 정작 괴로움의 대상이 되 고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은 국가적인 문화유산 관리 시스템과 예 산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후손에게 온전하게 물려줘야 한다는 정부 제정 문화유산헌장을 준수할 의 무는 정작 국민에게만 있고, 국가는 뒷짐만 지고 있는 형국이다.

늦었으나마 주민의 불만과 갈등 발생의 예방이 가능한 매장문화 재관리 보존 시스템, 법적 체계와 인적·물적 지원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문화유산의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마련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마산 진동과 상주 복룡동 등에 대 해서는 긴급 예산을 투입하고 행정적인 지원을 해나가야 할 것이 다. 그것이 제2의 서울 풍납토성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길 이며, 선진 문화입국을 향한, 대한민국 정부가 우선 취해야 할 최소한의 방책이다.

[이청규 / 영남대 교수 · 문화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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