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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생각한다.
 

작성자 정우영 글번호 73
홈페이지 메 일 vulcan76@hanmail.com
작성일 2003-06-04 15:49:08 조 회 11772

역쉬~퍼온글입니다.^^*

사랑이 찾아오는 데 예고란 없습니다.

길을 걷다가, 뚜껑 열어놓은 맨홀에 빠지는 것 같습니다.

사랑은 그처럼 갑작스럽게 당혹스럽게 사람을 습격합니다.



영화"자이언트"를 볼까요.

그영화에서는 사랑이 사람을 습격하는 순간을 소리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철컹!

장차 사랑에 빠지게 될 사람과 처음 만나 악수를 나누는 장면에서

두사람 사이엔 전기가 통하며 바로 그 철컹,하는 금속성이 생기는 겁니다.



두사람의 운명에 대한 예고임 셈이지요.

관객만 그들의 운명을 미리 알게 할 뿐,

등장인물 자신들은 모르게 돼 있어 재미를 더합니다.



사랑에 빠지는 걸 큐피트의 화살에 맞았다고 하지요.

그런데 큐피트는 눈을 가리고 아무데다 화살을 쏘아대는 로마신화 속의 어린신입니다.

장난스럽지요. 그리스 신화에서는 에로스가 그 짓을 합니다.



어디서, 누가 쏜 건지도 모르면서 하여튼 그 화살을 맞은 사람은

억, 비명을 지르거나 철컹, 하는 금속성을 내면서

그때부터 누군가를 사랑해야만 하는 천형을 받게 되는 겁니다.

딱한 일이 아닐 수 없지요.



고려시가인 "청산별곡"에도 그런 게 있습니다.



어디다 던지려던 돌인가

누구를 맞히려던 돌인가

미워할 사랑할 사람도 없이

(그 돌에 속절없이)맞아서 우노라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어쨌든 이 사랑이라는 건 말이지요, 좋다고 무작정 빠져 들 수도 없는 노릇이요,

싫다고 피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요컨대 하고 싶으면 하고, 말고 싶으면 마는

그런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사랑이 병이라면 사람은 그 병마에 속수무책 휘말려들 뿐인 겁니다.



그런데 이 사랑이라는 병의 증상은 참으로 요상하지요?

일단 그 병에 걸리면

지금까지 삶의 기준이 돼 왔던 가치관이랄지

인생관 같은 게 도무지 더 이상 먹혀들지 않으니까 말입니다.



"도대체 가진 것도 없고 이렇다할 직업도 없는 놈팽이와

결혼을 하겠다니, 씨알이 먹힐 말을 해야지 씨알이..."



부모들은 걱정이 태산이지만 본인은 그 사람과 함께라면

맨손으로 에베레스트라도 오를 것만 같습니다.

세상에 못할 일이 없을 것만 같습니다.



가치관 인생관만이 달라지는 게 아니지요

때때로 사회규범까지 어기게 돼서

이 사랑이라는 게 말썽이 된다. 이 말입니다.

배우자가 있는 사람을 사랑하게 되거나,

인척을 좋아하는 경우는 아주 심각해지지요.

그럴 때는 할 수 없이 나라가 나서서 법으로 심판하려 드니 말입니다.



그런데 사랑에 빠진 사람은 뭐랍니까

"그래 좋다, 심판하려면 얼마든지 심판해라"하고 배짱을 부립니다.

도대체 이런 배짱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사람은 땅 위에 발을 딛고 무리를 이루어 살게 돼 있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 거지요.

무리를 이루어 살게 되면 반드시 거기엔 규들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땅 위의 규범. 집단의 질서와 안녕을 위해서.

하지만 그런 규범들은

인간의 "사회적"인 측면에만 적용될 뿐

"동물적"인 측면에는 적용이 안 됩니다.

인간에겐 비 동물적 요소와 동물적 요소가 혼재합니다.



땅의 요소와 하늘의 요소가 동시에 존재합니다.

말하자면 인간과 신의 능력이 한 몸에 있다는 것이지요.

불교에선 그걸 "모든 중생에 내재한 불성(佛性)이라고 하고,

기독교에선 그걸 "하나님의 형상을 본떠 인간을 만들었다"라는 식으로 표현합니다.



자연 혹은 신의 요소 중 하나로 초인간적인 감각과 능력을 들 수 있습니다.

이 초인간적인 감각과 능력을 자주 혹은 직업적으로 발휘하는 사람들은

무당 같은 영매자와 무용가 같은 예술가 같은 예술인들이지요.

그들은 천상과 교통하며 신을 만나고 영감을 발휘합니다.

땅 위에 사는 보통의 인간들로선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주술적 힘과

창조적인 춤사위를 나타내 보이는 거지요.



하지만 그들만 사람이겠습니까.

그들에게만 하늘의 영역, 신의 요소가 있는 건 아니지요.

아주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그런 건 있습니다.

땅 위의 규범을 초극하려는 무서운 의지가 분명 있다는 겁니다.

누구에게나 다.



영매자나, 무용가 같은 예술인들이 접신굿과 춤사위로 신적인 요소를 드러낸다면,

보통의 사람들은 바로 사랑을 통해 그것을 드러냅니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

우리는 우리 몸 속에 숨겨져 있던 엄청난 자연의 에너지에 복종 당하고 맙니다.



그때부터 땅 위의 규범 따위는 눈에 보이지 않지요.

지엄하신 아버지의 말씀이요?

태어나 처음으로 어기는 것이 바로 사랑에 빠질 때인 것입니다.



사랑에 빠지면 인간이 만들어놓은 사회적인 규범들로 부터

이탈하게 되고 자꾸만 천상의 섭리에 따르려고 합니다.

그 힘은 엄청나고 무서운 것이라고 자신은 물론 누구라도 말릴 수가 없습니다.



"이웃집 여인", "엘비라 마디간" 과 같은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과 같은 문학작품은 그걸 증명하지요.



한마디로 사랑에 빠지는 일이란,

지상의 관습과 제도 따위로는 어떻게 규제할 수 없는

지독하게 행복하고도 황홀한 하늘의 영역에다

스르로를 유폐시키는 하나의 우주적 사건이면서

저주인 것입니다.



그래도 우리 모두는 오늘도 사랑에 빠지고,

빠지려 합니다.

하지만 사실 그것은 신의 의지 아니겠습니까?

하하,

우린 무죕니다.







구효서-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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