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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날짜 : 2008-03-24 |
“캠퍼스를 리조트형 테마파크로… 대학도 고정관념을 깨야 합니다”
대경대학이 ‘실무 중심의 특성화 교육’이라는 경쟁력을 확보한 것은 유진선(48) 학장의 노력 때문이다. 영남대 국사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33세 때 ‘입학=취업’이라는 공식을 머릿속에 새기고 대학 설립에 나섰다. 지난 1월 28일 만난 유 학장은 “이제 대경대를 통해 얻은 교육 경영 노하우를 한국 전역과 세계 속에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전국을 5대 광역권역과 2대 특별권역으로 나누기로 했고, 대구·경북을 ‘대경권’으로 묶었습니다. 대경대학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지었나요. “대경(大慶)은 대구·경북 혹은 대구·경산의 약자이면서 ‘크게 경사롭다’는 뜻도 지닙니다. 앞으로 대경 가족, 대경 경제권이라는 말이 더욱 친근하게 느껴질 겁니다.”
33세의 젊은 나이에 대경대학을 설립했습니다. “1989년 박사과정에 들어갔고 1990년 시간강사 생활을 시작했어요. 1년 반 만에 그만두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대학교수가 되는 것은 어렵잖아요. 그래서 제가 대학을 세우기로 결심했죠. 주변 사람들과 실용적인 전문대학을 설립하자는 뜻을 모았고 투자를 받아냈습니다. 1991년 교육부에 대학 설립 신청서를 제출하려는데, 담당 사무관이 ‘아버지 심부름 왔냐’고 하더군요.”
학장으로 취임하면서 ‘교육도 경영’이라고 했는데요. “이제는 교육도 시장논리에 맡겨야 합니다. 교육을 상품으로 보고 학생을 소비자로 보자는 이야기입니다. 좋은 학교에서는 양질의 교수를 모셔올 수 있고, 학생을 잘 가르칠 수 있으며, 취직을 많이 시킬 수 있습니다. 그럼 학교는 더욱 발전합니다. 일종의 선순환이 일어나는 겁니다. 이처럼 좋은 학교를 많이 만들어야죠. 또 전문대학이라도 먼저 영리법인을 허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돈 있는 사람들의 투자를 제대로 받을 수 있습니다. 이대로 놓아두면 문닫는 지방대가 속속 생길 겁니다. 중국, 베트남의 경우도 대학을 영리법인화 하는데 우리가 못할 게 어디 있습니까.”
6년 전부터는 세계 직업대학을 많이 다니셨다고 들었습니다. “스위스 호텔학교, 이탈리아 요리학교 등 작지만 강한 학교를 주로 탐방했습니다. 프랑스 요리학교의 경우 80% 정도가 동양권 학생이었고, 그 중 반 이상이 한국에서 온 유학생이었어요. 연간 4800만원 이상의 돈을 써가며 교육을 받고 있었죠. 교육자로서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뷰티·헤어·요리 분야는 한국도 세계 수준이거든요. 이런 분야만큼은 세계무대에 어깨를 나란히 해도 손색이 없는 대학이 하나쯤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경대의 국제화에 대한 실천방향은 무엇인가요. “최근 외국인 교수를 7명 채용했습니다. 단순히 교양 영어를 위해서가 아니라 전공 영어 강의를 위해서입니다. 앞으로 대경대는 ‘영어마을’처럼 영어만 사용하는 ‘영어캠퍼스’가 될 겁니다. 현재 140여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들어와 있는데 점점 더 많아질 전망입니다. 베트남, 중국, 아르헨티나, 대만, 인도, 싱가포르 등에 직접 나가서 학생을 선발하고 있습니다. 또 작더라도 대경대학 캠퍼스를 세계 속에 계속 지을 겁니다. 현재 호주 멜버른에 뷰티 관련 대학을 세웠습니다. 학생 수가 170명 정도인데 3명만 한국인이고 나머지는 외국인입니다. 외국대학과 학점교류도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중국의 교육·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대경대학과 중국 대학과의 교류에 대해 말해주시죠. “중국 산둥 공예미술대학과 합작으로 뷰티 대학을 만들고 있습니다. 또 톈진 인터내셔널스쿨과도 합작으로 대학을 만들고 있고요.”
한국의 입시교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아시다시피 공교육은 무너지고 사교육이 너무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율형 사립학교가 필요한 겁니다. 국고는 공립학교에 지원하고 사립학교는 시장의 논리에 의해 움직여야 합니다.”
대경대학이 올해로 개교 15주년을 맞았습니다. 특성화 교육으로 꾸준하게 자리를 지켜오셨는데 한국 교육정책과 학장님의 교육방향을 비교해보면 어떻습니까. “국가의 근간을 지키고 미래를 개척하는 일류 학교와 산업일꾼을 양성하는 직업 학교로 나눠야 합니다. 모든 대학생이 연구만 할 수는 없습니다. 학교 전체가 산 실습장이 돼서 학생들을 재미있게 해줘야 합니다. 자고 일어나면 꼭 나가고 싶은 학교가 돼야죠.”
그래서인지 학장님은 대경대를 리조트형 테마파크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했는데요. “올해 말 종합체육관 ‘무림원’을 착공합니다. 전국의 무림고수들이 와서 살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도 지을 겁니다. 또 우주선 모양의 레스토랑도 짓고 미니 동물원도 만들 겁니다. 이런 시설을 패키지로 해서 외국인이 체험관광을 하게 되죠. 대경대학 자체가 관광상품이 되는 겁니다.”
내년 9월에는 ‘대경 안내견학교’도 문을 연다고 들었습니다. “사회봉사는 가진 사람들의 의무입니다. 복지도 교육이고요.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와 MOU를 체결하고 노하우를 전수받았습니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는 1993년 안내견을 보급하기 시작해 총 108두가 분양됐고 이 중 50여두가 시각장애인과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시각장애인 수는 50만명이 넘습니다. 복지를 통한 사회공헌을 한다면 학생들도 많이 배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
실질적인 인재양성을 위해 ‘실사구시(實事求是)’ 정신과 ‘Different’를 강조하셨는데요. 세계에서 통용될 수 있는 인재상은 어떤 걸까요. “저희 학교가 추구하는 방향이나 전공들이 독특합니다. 보편타당한 사고보다 크리에이티브한 사고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모범생보다는 엉뚱하지만 튀는 생각을 하는 학생들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남들이 직립보행할 때 갈지자로 가라’고 말합니다. 일례로 외국 학교를 방문했을 때 교실 벽을 핑크색으로 칠한 것에 저도 놀랐습니다. 제게도 교실 벽은 흰색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던 거죠. 이런 고정관념을 모두 깨야 합니다.”
대경대학의 비전과 계획은 뭔가요. “먼저 아시아의 대표 대학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학생들이 멀리 서양으로 유학을 가지 않고도 우수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교가 되는 거죠. 그러면 외화 유출을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벌기까지 할 수 있지 않습니까. 나아가서는 삼성·LG처럼 한국을 넘어서는 초일류 브랜드 대학이 되는 거죠. 이를 위한 가장 큰 애로사항은 우수한 교수 확보입니다. 뛰어난 교수는 모두 서울에 있어요. 백년지대계를 위해 우수한 교수들이 지방으로 많이 내려와줘야 합니다.”
학장님 출생지가 경북 경산이신데 어린 시절과 학창시절은 어땠나요. “2남2녀 중 장남입니다. 아버지는 공무원이셨고 교육에 관심이 많으셨습니다. 또 외할아버지께서는 제게 ‘웅덩이를 깊게 파라. 그러면 반드시 물이 흘러 들어온다’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저는 어릴 적 할아버지의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태어난 경북 경산에 대경대학이라는 큰 웅덩이를 판 거죠.” ▒
위클리조선 2008.02.11
/ 경산 = 서일호 기자 ihse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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