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마라이프 > 천마칼럼
 
  
  ‘성장론’의 함정 -배영순 교수  
--- 사무국 --- 3083
글쓴날짜 : 2006-02-15
‘성장론’의 함정
[문화일보 2006-02-14 13:11]

1.경제성장론의 관점에서 일제시대를 보면 어떻게 될까?단군이래 유례 없는 성장의 역사일 것이다.
철도가 놓이고 부두항만시설이 들어서고근대적 금융기관이 들어오고많은 공장이 들어서고특히 일제가 대륙 침략전쟁을 시작하던1930년대에는 공업생산액이 농업생산액을 초과한다.비약적인 경제성장이 이루어지는 시기가 될 것이다.

이광수는 ‘무정’(1937)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경성을 머리로 하여 각 도회에석탄연기와 쇠망치 소리가 아니 나는 데가 없으며극도로 쇠하였던 우리의 상공업도 점차 진흥하게 됨이다.아아! 우리의 땅은 날로 아름다워져 간다”이광수가 식민지개발의 예찬론자였다는 것을 잘 말해주는 대목이 다.

2.성장론의 관점에서는,성장의 수치로 나타나지 않는 그 모든 것들에는 관심이 없다.의병전쟁에서, 삼일운동에서그리고 수많은 독립전쟁에서 죽어간 사람이 얼마이든그것은 성장의 수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독립을 외치다가감방에 잡혀 들어가고 고문당한 사람들의 고통도,일본군의 위안부로 끌려갔던 사람들의 고통도성장의 수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조선의 문화가 망가지고 이름조차 빼앗겨도성장의 수치에는 아무 지장을 주지 못한다.식민지개발 과정에서대중들이 어떠한 희생과 대가를 치러야 했던가도성장의 수치를 막지 못한다.일제의 그 모든 야만과 학살도 성장을 입증하는데 지장이 없다.삶의 질이라는 문제를 제쳐두고경제성장이란 관점에서만 보면 ‘식민지화=근대화’가 된다.

3.성장론의 관점에서는‘주권’이란 개념도 ‘민족’이란 개념도차라리 거추장스러운 것일 수 있다.그것들은 성장지표와는 하등 상관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그래서 성장론의 극단으로 가면일제식민지 시대마저‘탈민족 세계화’의 과정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그렇게 일제시대사의 ‘재인식’을 주장할지도 모를 일이다.

/배영순(영남대교수)




이전글 한·미 FTA, 섬유산업 도약 기회로 - 이제훈 교수 사무국  2006/07/30 
이전글 결과론의 마술-배영순 교수 사무국  2006/07/12 
다음글 논술이 안되는 이유 - 배영순 교수 사무국  2006/01/26 
다음글 장기실업자 급증과 국가위기관리 -최종태석좌교수 사무국  2006/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