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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날짜 : 2005-11-01 |
천재의 광기
[문화일보 2005-10-31 14:56]
1.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던천재 수학자 내쉬의 이야기는‘비유티풀 마인드’라는 영화로도 잘 알려져 있지만.그는 젊은 시절 극심한 정신분열증을 앓았다.분열증은 극히 심한 것이어서망상과 현실을 구별할 수 없는 정도의 광적인 것이었다.
우리는 흔히 그런 이야기를 한다.천재는 너무 머리가 좋아서 사람이 이상하게 되기도 하고그래서 남다른 광기가 있다는 등으로. 말한다.마치 광기가 천재성에 나오는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천재(天才) 그 자체에는 광기(狂氣)가 없다.광기라는 것은 천재와는 상관이 없다.다만 천재라는 자의식 때문에자신은 특별한 존재라는 자만과 오만 때문에광기가 생기는 것뿐이다.달리 말하면 천재에 자의식이라는 때가 묻어광기가 되는 것이다.
내쉬의 경우도 그렇다.자신이 남다른 특별한 존재라는 자의식 때문에친구를 둘 수 없었고그 공백을 망상으로 메운다.대학시절 내내 그에게는 룸메이트도 없었고망상이 빚어낸 룸메이트와 산다.
그리고 자신은 특별한 사람이고특별히 선택된 사람이기 때문에특별한 임무를 부여받고 있다는 망상에 빠진다.그래서 자신은 국가 일급기밀에 관련한최고의 암호해독 전문가라는망상 속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내쉬는 오랜 고통의 세월을 거쳐 망상을 극복하게 되는데그의 고통은천재라는 자의식’과‘자신은 특별한 존재’라는 오만이결과한 ‘자기 징벌’이었다.
2.우리가 아이를 키울 때도 그렇다.아이가 스스로 똑똑한 줄 모르고무심코 자신의 심중에 있는 말을 할 때는정말 깜짝 놀랄 똑똑한 소리가 나온다.그러나 아이가 주변에서 똑똑하다는 소리를 듣고칭찬이 쏟아지면‘자신이 똑똑하다’는 자의식이 생길 수밖에 없고그래서 스스로 똑똑하다는 것을 의식하고똑똑한 소리를 해야하겠다고 할 때는이미 똑똑한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즉 똑똑하다는 자의식이 똑똑함을 해치고자신의 성장과정을 해친다.정말 똑똑한 부모들은아이의 똑똑함을 덮어주는 지혜를 가진 사람들이다.
똑똑한 것이야 좋은 일이지만똑똑하다는 자의식은 그의 인생을 망친다.착한 것도 그렇다.정말 착하면 스스로가 착한줄 모른다.그러나 스스로가 착하다는 자의식에 빠지면그 자의식이 강할 수록 악해진다.
3.필자가 사는 동네에도천재급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가 있다.전교 1위에다가 여러 방면으로 재주가 뛰어나서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나고영재교육을 시키라고 권하기도 한다.또 학교 선생님들도대학진학을 위한 특별지도를 받아보라고 할 정도다.
아마 웬만한 부모들이라면아이가 특출함에 대해서 우쭐하고특별한 교육을 생각할만 한데그 부모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전혀 티를 내지 않는다.밖에서는 자연스럽게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놀게 하고집에서도 일체 특별대우를 하는 법이 없다.특별한 과외를 시키는 법도 없다.오히려 아이가 스스로의 똑똑함을 의식하지 못하도록모든 노력을 기울인다.요즘 같이 ‘튀기’ 좋아하고 ‘뜨는 것’ 좋아하는 세태에서도이런 부모들이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그 아이의 어머니는 한마디로 일축한다.‘아이는 때가 묻으연 안되요’라는 것인데그 한마디가 내내 잊혀지지 않는다.똑똑함을 드러내지 못해서 안달하는 게나 같은 보통 부모의 심사인데똑똑함을 가려줄 수 있는그 어머니의 지혜에 머리가 숙여지고 부끄러워질 밖에.
/배영순 교수(영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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