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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지(因地)에서 닦는다-배영순 교수  
--- 사무국 --- 3038
글쓴날짜 : 2005-08-19
<방하 한생각>인지(因地)에서 닦는다
[문화일보 2005-08-16 15:47]


1."보살은 '인지(因地)에서 닦을 뿐과지(果地)에 탐착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뿌린 대로 거두는 것이기에뿌리는 데에 열중할 뿐그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여기서 ‘보살’이라는 말에 종교적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단지 사리(事理)를 쫓아 살고자 하는 사람으로 이해하면 될 듯 하다.
우리는 인지(因地)에서 착실히 뿌리기보다는언제나 결과에 연연하고결과에 초조하고결과에 욕심이 먼저 가있다.그러나 결과에 탐을 낼수록 뿌리는 것을원인에 소홀히 할 수밖에 없고결국 결과는 부실할 수밖에 없다.

‘염불보다 잿밥’이라는 말이 바로 그렇다.중이 염불에만 열중하면염불에 감동하는 사람들이 잿밥을 챙겨줄 것인데염불에는 뜻이 없고 잿밥에 눈이 먼저 가 있으니옳은 염불이 될 리 없고옳은 염불이 될 리 없으니결국 잿밥도 챙기지 못한다는 이야기다.그러나 우리는 쉽사리 잿밥의 유혹을 떨치지 못한다.

꽤 오래 전의 이야긴데어느 프로바둑기사의 일화를 읽은 적이 있었다.냉혹함과 비정함으로 단련된 프로 기사였지만,한국에서는 손꼽는 프로기사였지만그러나 큰 상금과 명예가 걸린국제대회의 큰판에 나서면손끝이 떨린다는 것이었다.냉정함이 흔들리면서 앞이 잘 안 보인다는 것이었다.결국 잿밥에 눈이 먼저가면서 승부를 그르치게 된다는 그런 이야 기였다.말하자면 승패의 결과에 눈이 먼저 가면서바로 앞의 한 수가 눈에 안 들어온다는 그런 이야기일 것이다.

2.‘인지(因地)’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을달리 이렇게 말할 수 있다.사는 이유가 분명하다면 그 삶이 건강한 것이고사는 목적이 불분명해서는 그 삶이 건강할 수 없다고.

가령 음악이 좋아서 가수가 되고노래를 열심히 하다보니 인기를 얻는 것과인기를 얻기 위해서 가수가 되고인기를 얻기 위한 노래를 하는 것과는 전혀 삶의 질이 다르다.음악이 좋아서 음악인생을 택하는 것과인기를 쫓아 음악을 택하는 것과는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전자는 인기와 관계없이 음악 인생을 살 사람들이다.그러나 후자는 음악이 그 사는 이유가 아니다.인기가 없으면 더 이상 살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다.

또 그렇다.의학이 좋아서 의사가 되고의사를 열심히 하다보니 돈을 버는 것과돈을 벌기 위해서 의사가 되는 것은 삶의 질이 다르다.인기를 위한 음악이 옳은 음악이 될 리 없고돈벌이를 위한 의학이 옳은 의학이 될 리 없다.

삶이 수단일 수 없다.무엇을 위하여 산다는 것은 이미 거짓이다.사는 이유는 없고 사는 목적이 앞서가면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타락의 ‘올인’이 판을 친다.달리 말하면 삶이 수단이 되고 삶이 도구화된다.그것이 타락이다.삶을 팔아서 무엇을 구한다는 것,그 무엇을 구하든,삶을 팔아먹는다는 것이 돌이킬 수 없는 타락이다.

정말 사는 이유가 분명한 사람들은삶 자체를 가치로 하고 삶 자체에 열중할 뿐삶을 팔아 그 무엇을 구하지 않는다.

'내일 지구가 망해도 오늘 사과나무 하나를 심는'사람들은사는 이유가 분명했던 사람들이다.잘 산다는 것, 사는 이유가 분명한 삶이다./배영순(영남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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